"연장근로 '주 단위'로 끊는다"…대법 판결로 노동개혁 속도 낸다

세종=조규희 기자 2023. 12. 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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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장근로 시간을 '주 단위'로 계산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

앞서 대법원은 연장근로 위반 여부 판단 기준으로 1일 8시간을 초과하였는지가 아닌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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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새로운 '근로시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3일 저녁 퇴근길 무렵 기업들이 입주한 서울 시내 사무실에 불이 밝혀져 있다. 2023.11.13/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부가 연장근로 시간을 '주 단위'로 계산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 연장근로 시간 설정에 대한 일종의 법적 기준이 세워진 만큼 근로자의 건강권 확보와 근로시간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세부 설계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노동계 또한 다양한 연장근로 형태에 대한 기준 설정이 필요한 만큼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노동부는 26일 대법 판결과 관련 "근로시간 개편 관련 노사정 사회적 대화 시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건강권이 조화를 이루는 충실한 대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시간 법체계는 물론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앞서 대법원은 연장근로 위반 여부 판단 기준으로 1일 8시간을 초과하였는지가 아닌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8년 도입된 '주52시간제'(법정근로 40시간 + 최대 연장근로 12시간)은 당사자 합의에 따라 1주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그간 연장근로 한도를 1일 8시간 초과분을 합산해 계산했다.

예를들어 근로자가 주3일 15시간씩 근무했다면 1주 총 근로시간은 45시간이며 연장근로시간은 21시간이다. 이때 고용부는 주 52시간 이내라 하더라도 연장근로가 12시간을 넘어선 21시간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 판결은 주 52시간을 넘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기준을 세웠다.

대법의 판결은 기존 고용부의 해석보다 훨씬 유연한 기준을 적용한 셈이다. 정부가 지난 11월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도 틀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 추진 방안보다 확대된 해석이 가능해진다.

대법 판결에 따라 제조업, 서비스업, 보건업 등 24시간 교대 근무를 시행하는 분야에서 주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근무시간표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고용부가 대법 판결을 바탕으로 근로시간 유연성과 근로자 건강권이 조화를 이루는 근로시간 개편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는 행정해석과 판결의 차이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더이상 사회적 대화를 미룰 수 없게 됐다. 한 노동법 관련 전문가는 "근로시간 개편 관련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계의 입법 수요가 생겼다"며 "대법 판결은 교대제 근로에 한정된 판결인만큼 다양한 근로 형태에 따른 연장근로 단위 설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이번 대법 판결은 그간 산재 인정 기준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며 "노동계 입장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숙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공짜야근 근절 등의 정책 방향을 노동조합과 협의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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