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 '쾅' 사고 내놓고 도리어 "뺑소니 당했다"…40대 '무죄' 이유는

/사진=뉴스1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40대 여성이 지병으로 사고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점이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손현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26일 오전 11시55분쯤 충남 홍성군의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앞서가던 B씨(73)의 차량을 들이받고도 아무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 차량을 들이받고 나서 좌측면을 긁으며 지나친 뒤 약 1분간 멈춰섰지만, 사고 현장을 살피지 않고 약 320m 떨어진 옷 가게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옷 가게에 간 뒤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는 취지로 보험 회사에 신고했다.

검찰은 A씨가 뺑소니 사고를 낸 것이라며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뇌전증'을 앓아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판결을 내렸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발작(경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의식 소실 △기억력 상실 △행동 변화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2019년부터 상세 불명의 뇌전증 진단을 받아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성상 매우 짧은 의식 소실과 인지 장애가 동반된다"며 "교통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가 사고 직후 기억이 돌아와 운전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사고 이후 행적이 사고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사고 충격으로 작동한 와이퍼를 상당 시간 방치한 점과 사고 당시 '음' 정도의 작은 소리를 내는 반응만 보인 점 등도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전문가도 '뇌전증으로 인한 부분 복합발작 증상의 발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모습은 사고 후 도주하는 운전자라고 보기에는 비상식적이고 이례적"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