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스프링클러 없어 불길 키웠다…도봉구 아파트 현장 감식

신정은 2023. 12. 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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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새벽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감식 결과, 방화문이나 스프링클러를 갖추지 않아 불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20분쯤까지 총 21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은 이 아파트 301호 작은 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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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내부서 시작된 불 빠르게 위로 번져
스프링클러 16층 이상에만 설치
숨진 30대 아빠 ‘추락 손상’ 소견
▲ 성탄절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26일 경찰과 소방 당국이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탄절 새벽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감식 결과, 방화문이나 스프링클러를 갖추지 않아 불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20분쯤까지 총 21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은 이 아파트 301호 작은 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화재경보기 작동 등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방화문이 모두 열려있었다는 점, 아파트 1층이 필로티 구조로 외부 공기가 원활하게 유입됐다는 점, 2001년 준공 당시 소방법에 따라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 등을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필로티는 1층을 벽면 없이 하중을 견디는 기둥으로만 설치하는 개방형 구조를 뜻한다.

▲ 성탄절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26일 경찰과 소방 당국이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전날 오전 4시 57분쯤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불로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난 301호는 전소됐고 401·501호는 발코니 등이 일부 소실됐다. 소방 당국은 재산 피해 규모를 1억980만원 상당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봉구청에 따르면 이재민은 8세대·23명으로, 이들은 아파트 인근 모텔 3곳에서 임시 거주 중이다.

숨진 채 발견된 4층 거주민 박모(33)씨는 3층에서 난 불이 빠르게 위층으로 번지자 아파트 경비원들이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가져다 놓은 재활용 포대 위로 2세 딸을 던진 뒤 7개월짜리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

박씨의 뒤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모(34)씨와 아이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으나 머리를 크게 다친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끝내 숨졌다.

▲ 성탄절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26일 이재민을 위한 구호물품이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목격자 증언 등에 따라 정씨가 먼저 뛰어내리고 남편 박씨가 아기와 함께 마지막에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이후 아내 정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씨가 나중에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박씨 가족은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거주하다 6개월 전 더 넓은 평수를 지닌 이곳에 전세를 얻어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인 임모(38)씨는 10층 거주자로, 화재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했다.

그는 부모님, 남동생을 먼저 대피시키고 가장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와 불을 피하려 했으나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박씨와 임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각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쯤 시신을 부검했다.

1차 소견에 따르면 박씨는 ‘여러 둔력에 의한 손상’, 임씨는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로 사인이 추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에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조직·독극물 검사 등을 한 뒤 최종 사인을 결론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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