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발 물류난에도 선박 공급은 그대로…"운임 폭등 일시적 현상"

정한결 기자 2023. 12. 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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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발 물류난으로 글로벌 해운 운임이 급등했지만 선박 공급량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는 운임 상승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공급을 섣불리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그동안 해운업계의 손익분기점인 1000선을 오갔던 SCFI지만, 파나마 운하 통행제한에 이어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홍해 항로가 막히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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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살리프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 5일(현지시간) 예멘 알 살리프 해안에 총기로 무장한 후티 반군 대원들이 소형 보트에서 내리는 모습이다. 이들 뒤로는 지난달 19일 나포한 자동차운반선 '갤럭시리더호'가 보인다. 2023.1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홍해발 물류난으로 글로벌 해운 운임이 급등했지만 선박 공급량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는 운임 상승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공급을 섣불리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번주(25~31일) 홍해 일대와 한국을 오가는 선박의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 규모는 3만6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주 예고된 수치와 동일하다. 같은 기간 미국 동안 노선은 임시결항 규모가 일주일 사이 1만8000TEU, 미주 서안은 1만TEU 가까이 줄었지만, 운임 급등의 시발점이 된 홍해 일대를 비롯해 영향을 크게 받은 유럽·지중해 노선은 결항 규모가 달라지지 않았다. 선사들은 해운 수요가 줄면 운항 속도를 감축하거나 선복량을 조절하는 등 공급량을 줄인다. 그 과정에서 아예 운항이 중단되거나 특정 항구를 방문하지 않는 경우를 블랭크 세일링(블랭킹)이라고 한다.

홍해 사태 이후에도 임시결항 규모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실질 수요가 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홍해 사태는 단발성"이라며 "블랭킹을 취소해 배를 당장 투입해도 전체 일정이 최소한 50일 가까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사들이 홍해 사태가 반년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했다면 이미 공급이 늘어나는 신호가 나타났을 것"이라며 "화물과 수요가 늘어난 것도 아니라 선사 입장에서는 일정이 7~8일 늘어난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물량이 쌓여서 공급이 밀린다는 현상이 없기에 향후에도 임시 결항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글로벌 컨테이너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2일 기준 연중 최고치인 1254.99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5.14%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13개월 만에 1200대를 돌파했다. 그동안 해운업계의 손익분기점인 1000선을 오갔던 SCFI지만, 파나마 운하 통행제한에 이어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홍해 항로가 막히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선사들은 파나마 운하 가뭄으로 통행이 제한되자 미주 동안 노선 선박들을 수에즈 운하로 배치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항해하는 민간 선박도 공격하면서 이제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희망봉 항로는 평균 6500㎞를 기존 노선보다 더 이동해야 하며, 소요시간은 7~8일 더 걸린다. 국적선사 HMM도 지난 15일부로 수에즈 운하로 향하던 모든 선박을 희망봉으로 돌렸다.

일시적인 현상이라지만 당장 화주들은 울상이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유럽 노선 같은 경우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이 1700달러였는데, 선사들이 이제는 5000달러까지 부른다"며 "운임이 코인도 아니고 너무 확 뛰었다"고 말했다. 미주 노선의 경우 체감될 정도로 운임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터키·유럽·지중해 등의 운임은 크게 올랐다는 설명이다.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가 최근 미국 주도로 다국적 기동대가 구성되자 항로 운항 재개를 선언한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설령 항해를 시작해도 다른 선사도 바로 동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구체적인 재개 일정도 나오지 않은 데다가 머스크가 한다고 안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안전이 확실해질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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