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먹지 마세요"…노인 낙상 위험 3배 높이는 '이 약'

박정렬 기자 2023. 12. 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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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불안제를 복용하는 노인은 낙상 위험이 일반 노인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상은 연령 증가뿐만 아니라 △신경성 질환△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데 기저질환으로 인한 다약제 사용과 약물 부작용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물 중에서는 항불안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복약하는 경우 각각 2.94배, 1.88배 낙상 위험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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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불안제를 복용하는 노인은 낙상 위험이 일반 노인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꺼번에 많은 약을 먹는 '다약제 복용' 그 자체보다 특정 약물이 낙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서울대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의료질향상팀·약제부 공동 연구팀이 26일 입원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낙상 위험을 높이는 약물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낙상은 인생 후반부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낙상으로 머리를 다치거나 근골격계가 손상되면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이 마르고 결국 노쇠로 이어져 전신 건강까지 무너질 수 있다.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낙상 사고 중 60대 이상 환자 비율은 42.9%로 10년 전인 2012년(23.9%)과 비교해 1.8배나 상승했다. 낙상은 연령 증가뿐만 아니라 △신경성 질환△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데 기저질환으로 인한 다약제 사용과 약물 부작용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는 낙상 위험도를 평가할 때 약물에 대한 평가는 포함하지 않아 약물과 낙상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지난 2021년 보라매병원 입원 환자 중 낙상이 보고된 60세 이상 중 204명을 낙상 군(群)으로 지정하고 성향 점수 매칭에 따라 816명을 대조군으로 선정했다. 환자의 낙상 위험도 평가 점수, 헤모글로빈 수치, 혈청 나트륨 농도, 혈압 등을 매칭해 보정 변수로 활용했다.

이후 연구팀이 낙상 위험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실시한 다변량 분석 결과 실제 여러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헤모글로빈이 1g/㎗ 감소하면 낙상 위험이 1.13배 증가했다. 또 환자가 보행 보조기를 잡고 이동하는 경우 낙상 위험은 3.26배 증가했다. 약물 중에서는 항불안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복약하는 경우 각각 2.94배, 1.88배 낙상 위험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일부 다변량 모델에서 다약제 복용은 낙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많은 약을 먹는 것보다 특정 약물의 사용이 낙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권형민 신경과 교수(의료혁신실장)는 "이번 연구는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낙상 위험도 평가 도구를 적용해 입원 환자의 약물 사용과 낙상의 연관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입원 환자의 경우 추가 처방 등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때마다 낙상 위험을 평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라매병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낙상 주의 약물'을 지정하고, 별도로 라벨을 달아 투여 전 의료진과 환자에게 낙상 위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대한노인신경의학회의 공식 학술지(Journal of Geriatric 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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