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드는 ‘일시’ 꼬리표 떼어낼 수 있을까…“100% 경기력 위해 최선 다할 것”
남자배구 대한항공의 무라드 칸(23)이 ‘일시’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 팀 ‘배구 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녹아드냐에 달렸다.
무라드는 지난 25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홈경기를 통해 V리그에 데뷔했다. 대한항공은 기존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가 지난달 30일 우리카드전 이후 허리 부상 등으로 장기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자, 파키스탄 국적 무라드를 일시 교체 선수로 영입했다.
2018년부터 파키스탄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며 두각을 나타낸 무라드는 성인 국가대표로 출전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팀의 ‘주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무라드는 항저우 대회 12강 한국전에서 19점을 올리며 팀의 셧아웃 승리(3-0)를 이끌기도 했다. 대한항공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불가리아리그에서 뛰었다.
무라드는 이날 세터 유광우와 짝을 이뤄 중간중간 교체 출전하며 블로킹 1개 포함 6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데뷔전을 치렀다. 최근 5경기에서 2승3패로 주춤하던 팀도 모처럼 세트 점수 3-0 완승을 맛봤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뒤 “조금이라도 경기 감각을 올리고, 분위기를 파악하라는 의미에서 투입했다”면서도 앞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갈 것이냐는 물음에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무라드가 아직 대한항공만의 ‘배구 스타일’에 맞지 않는 조각이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는 임동혁이 외국인 선수와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무라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아포짓 2명을 데리고 있는 게 팀에 도움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현재 무라드의 입지는 단어 그대로 ‘일시 교체 선수’다. 대한항공은 기본적으로 지난 2시즌 간 ‘통합우승’을 함께한 링컨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무라드가 팀에 빠르게 융화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그와 남은 시즌을 함께 하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3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대한항공은 승점 34점(11승7패)으로 리그 3위다. 4연속 통합우승을 노리고 있는 만큼 후반기에 선두 자리를 탈환하려면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필요하다. 무라드는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최선을 다해 내가 가진 100%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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