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비밀번호, 신분증 다 있는데?.. “그러다 털리면, 받을 배상도 다 못 받아”
보이스피싱 피해 때 ‘최대 50%’까지 배상
직·간접 고객 기여 ‘변수’.. ‘배상비율’ 좌우
은행, 금융범죄 차단·배상 '이중 안전망' 철저
“보안 강화, 고객 불편 더할 수도” 양해 당부
# 사례1 : 평소 A은행 뱅킹앱을 사용한 적 없는 80살 피해자 A씨.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온 전자청첩장 URL주소를 클릭했을 뿐인데, 스미싱범이 휴대폰에 저장된 A씨의 주민등록증 촬영본을 가로채 휴대폰을 개통하고, B은행 입출금 계좌를 만들고 대출까지 실행해 돈을 빼갔습니다.
# 사례2 : 피해자C씨는 자녀로 위장한 메시지에 속아 휴대폰을 통해 보이스피싱범에게 주민등록증을 촬영해 보내줬고, 인증번호와 은행 계좌 비밀번호까지 알려줬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은 C씨의 D은행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고 단시간내 소액으로 나누어 D은행 다수 계좌로 이체해 가로챘습니다.
‘사례1’과 ‘사례2’처럼 교묘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에 속아버린 피해자들의 잘못이 크지만, 내년부터 이와 같은 비대면 금융사고 발생 때 은행이 피해금 일정 부분을 피해자들에 배상하는 방안이 시행됩니다.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을 고도화해 피해 예방에 나서는 한편, 일부 피해금액 배상에도 적극 협조해 이중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선 최대 50% 배상이 가능하지만, 고객 책임을 따진다는 점에선 이용자들의 주의가 전제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26일)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내년 1월 1일부터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피해에 대해 책임분담기준에 따라 합리적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분담하고 FDS를 강화해 금융사고를 더 촘촘하게 예방하도록 노력할 것으로 밝혔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월 국내 19개 은행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고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에 대해 은행도 일정 부분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19개 은행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SC제일, 씨티, 산업, 기업, 농협, 수협, 경남, 부산, 대구, 전북, 광주, 제주, 카카오, 케이, 토스입니다.
협약과 함께 책임분담기준이 적용되면서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발생하는 비대면 금융사고에 대해 은행은 피해액의 최대 50%를 분담하게 됩니다.
다만, 은행 이용자(피해자)가 개인정보 노출 빌미를 제공하는 등 금융사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면 피해배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정 정도 피해금을 배상받기 위해서는 직접 피해 발생 본인계좌가 있는 은행에 신청해야 합니다. 배상 절차는 은행의 사고조사(피해사실 및 피해환급금액 확인 등), 책임분담기준에 따른 배상비율 결정, 배상금액 지급 순으로 진행됩니다.
은행이 발급한 피해배상 신청서, 통신사기피해환급금 결정내역 확인서(금융감독원 발급), 필수 증빙서류(수사기관 결정문, 경위서 등), 통화·문자메시지 내역 등 기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절차에 따라 적정액을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은행의 책임분담기준이 본격 시행되면 신분증 노출이나 악성앱 설치 등 그간 이용자 중과실로 간주돼 배상을 받지 못했던 피해에 대해서도 일부 배상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신분증 사진이나 계좌, 접근매체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휴대폰에 저장하거나 사기범에게 제공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사고발생에 기여한 부분이 있을 경우, 피해배상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반대로 은행 제공 사고 예방 장치를 이용했거나 사고 발생을 인지한 즉시 은행에 해당 사실을 통지하는 등 피해예방 노력을 했다면 배상비율이 상향 조정될 수도 있습니다.
피해배상 절차와 별도로, 은행의 금융사고 예방 조치도 강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은행들이 FDS 탐지툴을 적용한 결과,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이상거래 910건을 적발해 21억 원의 피해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심거래에 대한 추가 본인인증 강화를 통해 보이스 피싱 등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로 대포폰을 개통한 이후, ARS나 SMS로 본인 확인을 우회하던 수법을 차단하는 예방사례가 증가했다"면서 “은행권의 적극적인 금융범죄 탐지 및 차단 조치로 금융사고 피해 예방 효과가 올라갈 수 있지만, 자칫 일부 정상거래에 대해 추가 본인확인 절차가 강화되는 등 소비자 불편이 초래될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금감원은 단계적으로 저축은행, 여전사, 금투사, 보험사 등 2금융권도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노력 강화와 자율배상에 동참하도록 유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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