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LK-99 없다"…학계가 뽑은 올해의 韓 10대 과학뉴스는?
정부 R&D 예산삭감·이공대학원 붕괴위기·나노기술 부정맥 치료 등 꼽혀
비교적 소외된 과학분야 성과 조명…"신생 분야 관심도 높아지길"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
올해 국내 과학기술계가 뽑은 주요 과학기술뉴스는 준입자 애니온 발견, 세계 최초 액체 전정기 현상 정립 등 60개가 선정됐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 진위 논란 등 올 한 해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사안은 제외됐다. 학계의 시선으로 그간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됐던 분야의 성과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취지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이같은 내용의 2023년 '6대 과학기술 주력분야 주요 뉴스'를 26일 발표했다. 과총은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R&D)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이슈로 구성된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2005년부터 매년 선정·발표하고 있다.
올해 10대 과학기술뉴스는 이학·공학·농수산·보건의료·종합 등 5개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정책을 더한 총 6개 분야별로 각각 10가지가 선정됐다.
당초 과총은 분야 구분 없이 10가지 뉴스만을 선정했으나, 소외되는 과학 이슈들이 있다는 판단 하에 올해 처음으로 6대 분야를 나누고 분야별 10대 뉴스를 선정, 총 60개 뉴스를 꼽았다. 6개 분야별 10대 뉴스 중에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대표뉴스도 1건씩 선정했다.
분야별로 보면 ▲이학 분야는 새로운 '준입자 애니온' 현상 발견 ▲공학 분야는 '액체 정전기' 현상 세계 최초 정립 ▲농수산 분야는 세계 최초 '밀 스피드 육종' 기술 개발 ▲보건의료 분야는 '나노기술' 활용 부정맥 치료 ▲종합 분야는 대한민국의 '남극해 해양생물' 보존 관리 선도 ▲정책 분야는 '2024년도 R&D 예산 삭감'이 대표뉴스로 선정됐다.
韓 최초 개발·정립 초점…이학 '준입자 애니온'. 공학 '액체 정전기', 농수산 '스피드 육종' 등
정책 대표뉴스는 '내년 R&D 예산 삭감'…나노기술 부정맥 치료·남극해 해양생물 보존 관리 등
이외에도 이학 분야에서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 특성을 갖는 신물질 발견, 코로나 증식을 막는 RNA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의 빔 시운전 성공 등이 주요뉴스로 선정됐다.
공학 분야 대표뉴스인 액체 정전기 현상은 액체를 활용해 정전기 현상 조절을 가능하게 하고, 향후 에너지 수확장치 효율 향상이나 반도체 소자 표면 세정을 위한 액체선택 등에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공학 분야에서는 차세대 6G 통신 기술의 발판이 된 삼성전자의 5G mmWave 칩셋 개발, 피 대신 타액(침)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 개발, 한구형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의 임무궤도 안착 등이 10대 주요뉴스에 이름을 올렸다.
농수산 분야에서 대표로 꼽힌 밀 스피드 육종 기술은 밀 육종에 저온처리 기술을 도입해 품종개발 기간을 13년에서 7년으로 46% 단축시켜준다.
이외에도 내성 빈대를 잡아내는 살충제 성분 발견, 바이러스 저항성이 높은 김치 유산균 발견,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꿀벌 생산성 향상 기술 등이 선택됐다.
보건의료 분야 대표뉴스는 나노기술로 기존 제세동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부정맥 치료 방법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다채널 전기 자극 어레이 기술 개발이다. 해당 기술은 동물 실험(전임상)으로 효과가 입증됐다.
레이저를 활용한 바늘 없는 주사 기술, 소변 내 대사물질 분석을 통한 전립선·췌장암 진단 기술,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 특유의 유전자 발견 등이 보건의료 분야 주요뉴스로 함께 선정됐다.
종합 분야 대표뉴스로는 우리나라가 남극해 해양생물 보존 관리 선도국 도약이 꼽혔다. 올해 개최된 제42차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에서 회원국들의 남극 조업규범 준수 현황을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는 11개 이빨고기 조업국 중 유일하게 모든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와 함께 배터리 열폭주 지연 소재 개발, 온실가스을 분해하는 아세토젠 미생물 최초 발견, 산업폐수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자가 재생 섬유 소재 개발 등이 종합 분야 주요 뉴스로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정책 분야 대표 뉴스는 하반기 내내 국내 과학기술계를 뒤흔든 내년도 정부 R&D 예산 삭감이었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보다 3조4000억원 삭감된 R&D 예산을 발표하며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현장 혼란을 두고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내년도 R&D 예산은 국회에서 당초 정부안보다 6000억원 증액된 26조5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정책 분야에서는 달 착륙선을 실을 차세대발사체 개발 본격화,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이공계 대학원 붕괴 위기, 국가 행정 전산망 먹통사태, 초거대 생성형 AI 확산 등이 주요 뉴스로 함께 꼽혔다.
누리호·LK-99·맥신 왜 빠졌나…"그간 알려지지 않은 업적 알리는 차원"
이에 대해 과총은 "국민적 이슈와 과학계가 보는 업적은 다소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이번에 60개 주요 뉴스를 선정한 건 학계가 중요하게 보는 과학적 성취라고 보면 된다"며 "과학기술 분야에 그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업적들도 있다는 걸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누리호처럼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이슈가 선정되지 않은 것은 과총이 올해 10대 과학기술 뉴스 선정 절차를 변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과총은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와 함께 국민 투표 결과를 반영했으나 올해는 6개 분야 60개 뉴스로 범위를 크게 넓히면서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총 1만1522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이 득표율 89.7%를 얻은 바 있다.
과총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발표되는 10대 뉴스는 과학기술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과총의 10대 뉴스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쟁력과 미래 가능성을 조망하는 지표가 되길 바란다"며 "특히 올해 '주력분야 10대 뉴스' 선정을 통해 소외·신생 학문분야의 연구성과와 뉴스들이 널리 전파돼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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