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 건강권이란 인권 차원의 난임예방교육 확대 필요"
"도내 난임부부 증가추세…최근 5년이내 난임부부 대상 조사실시"
"난임 치료비용 5년 이상 지속시 2천만원 이상 소요돼 부담 커"
"도내 난임병원 턱없이 부족…타 지역서 치료시 교통숙박비 추가 부담"
"난임시술 횟수 늘수록 부정적 감정 커…자살충동 33.7%"
"94.9% 심리지원 절실히 필요…2025년 난임우울증상담센터 계획"
"의료 인프라 구축, 난임시술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 지원, 난임휴가 제도 등"
■ 방송일시 : 2023년 12월 22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정여진 선임연구위원
◇박혜진> 최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지역 난임부부 현황과 지원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제주지역 난임 부부가 매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난임 현황과 정책에 대한 수요를 더 정확히 확인하고 난임 부부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일 텐데요. 이번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정여진 선임연구위원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정여진> 네. 안녕하세요.
◇박혜진> 제주지역 난임 부부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처음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게 되셨습니까?
◆정여진> 네. 지자체 차원에서 이런 보고서가 나온 건 처음이고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이 2022년부터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되었습니다. 그 후로부터 지자체 재정 여건이나 지역별 특성에 따라서 지원 규모와 기준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제주도의회와 행정에서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었고요. 저희 연구원에서도 난임 부부 실태를 파악해서 지원 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마련하고자 이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박혜진> 먼저 난임 부부라고 하면 어느 정도를 난임 부부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요?
◆정여진> 정의는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1년 이상 가졌는데 임신이 되지 않을 때 난임이라고 진단을 하고 있고요. 저희 생각보다 난임은 상당히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가 난임 추정 통계를 발표했는데 전 세계 성인 인구의 17.5%, 6명 중 1명은 난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우리나라도 19세~ 49세 기혼 여성 중에서 난임 경험 비율이 17.2%이고, 35세 이상으로 한정해서 보면 더 높은데요. 31.9%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혜진> 이번 연구보고서는 어떤 방식으로 또 몇 명의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신 건가요?
◆정여진> 지난 7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제주지역 보건소에서 최근 5년 이내 난임 시술 지원을 받은 대상자분들께 문자를 보내서 528명이 답을 해주셨고요. 난임 원인이나 시술 횟수, 치료 기간, 난임 여성으로서 직장에서의 경험이나 정책 욕구 등 다양한 영역을 조사하였습니다.
◇박혜진> 난임의 원인은 주로 어떤 것으로 나타났나요?
◆정여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진단서상의 난임 원인은 원인 불명이 41.4%로 가장 높았습니다. 배란 요인이 16.8%, 난관 요인이 12.6%, 남성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도 11.7% 순으로 나타났는데, 난임 진단 시기별로 살펴봤을 때 결혼 후 2년 이내에 진단을 받았을 경우에는 원인 불명이 2년 이상 집단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조금 빠른 진단이 난임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혜진> 난임 부부들이 난임 치료를 위해서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을 소요하는지도 궁금해요.
◆정여진> 저희가 조사한 결과에는 3년 미만이 77.5%로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10년 이상도 1.3%나 나타났습니다. 1~2년 미만이 30.9%로 가장 높았고요. 2~3년 미만도 22% 순으로 나타났지만 5년 이상인 경우도 전체의 8.3%나 되기 때문에 오랜시간 시술을 받고 계신 분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혜진> 난임 치료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나요?
◆정여진> 500만원~1천만 원 미만이 26.5%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100~300만 원이 21.2%, 300~500만 원이 19.3%이고요. 1천~2천만원까지도 15%나 나타났는데요. 특히 난임 치료 기간이 5년 이상인 집단에서는 2천~5천만원이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의료비 본인 부담금이 1억 이상이 5.3%나 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저희가 비용에 대한 부담 정도를 4점 만점으로 여쭤봤을 때 평균 3.6점으로 나타나서 응답자들은 대체로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제주는 난임 시술을 위한 교통비와 숙박비가 전국과 비교해서 전국은 100~300만 원 사이가 25.7%인 데 비해서 제주는 30.1%로 5%p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제주는 의료비뿐만 아니라 교통비와 숙박비에서도 부담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진> 난임 치료나 시술을 위해서 난임 부부들이 제주 외에 타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될 것 같은데 어떤 상황인가요?
◆정여진> 네. 맞습니다. 조사를 해보니까 첫 난임 시술은 제주에서 71.6%가 시작을 하고 육지부는 28.4%로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70% 정도가 시작을 하다가 병원을 옮긴 경험이 있느냐라고 물으면 70% 정도가 전원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전원한 의료기관 소재지가 육지부로 10.4%로 나타나게 되고 교통비와 숙박비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요. 병원을 옮겼을 때 육지부인 경우 서울이 65.1%, 대구가 20.9% 정도 순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박혜진> 도내에서 난임 시술이나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은 어려운 상황인가요?
◆정여진> 난임 시술은 크게 인공 수정과 체외수정 흔히 말하는 시험관 이렇게 나눌 수가 있는데요. 오늘 기준으로 제주에서 체외수정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1개뿐입니다. 의사 1인이 진료하는 개인병원 수준인데요. 원래 2개였는데 올 초에 1개소가 폐원을 하였고 또 최근에 1개소가 개원했다가 다시 폐원을 한 상황입니다.
또 인공수정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도 4개소에 불과해서 사실은 의료기관 수가 절대적으로 적고, 병원의 규모가 적기 때문에 최신 의료기기나 가능한 시술이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박혜진> 난임 시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경제적 비용도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특히 여성들 같은 경우는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그 결과가 나타났다고요.
◆정여진> 난임 시술이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시술인데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보면 심리적인 힘듦이 육체의 힘듦을 더 넘는다라는 결과들이 있어서 저희도 조사를 해봤는데요. 난임 시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당연히 부정적인 정서가 증가하는데 불안이 64.8%로 가장 높고, 분노와 짜증 54.4%, 무력감, 절망감 우울감이 모두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33.7% 그러니까 자살에 대한 생각이 33.7%가 경험한 것으로 조사가 되었고요. 특히 난임 치료 기간이 2년~5년 더 늘어날수록 이러한 생각이 더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박혜진> 난임 부부를 위한 심리적인 상담 지원이 절실하다고 보여지네요.
◆정여진>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응답자의 94.9% 거의 대부분이 심리적인 상담 지원이 너무나 필요하다라고 응답을 했고요. 언제가 가장 필요하냐라고 했을 때 난임 시술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난임 진단을 받았을 때도 26.1%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러 번의 난임 시술이 계속 실패할 때도 심리 상담이 굉장히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혜진> 취업 중인 난임 부부들이 난임 실패로 인해서 퇴사하는 비율도 높다고 하더라고요.
◆정여진> 제주지역 여성의 취업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난임을 진단받았을 때 저희 조사에 응답해 주신 분들도 73.3%가 취업 중이었습니다. 이 분들 중에서 38.2%가 사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분들의 고용 상태에 따라서 나누어 보았을 때 비정규직인 경우에 사직 경험은 정규직의 34.2%보다 2배가량 높은 65.8%로 나타났고요. 사직의 사유는 시술할 때 휴가 사용이 어렵거나 휴가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시술했을 때 안정을 갖기 위해서가 33.1%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박혜진> 난임 부부들의 문제점들을 짚어봤습니다. 이 분들을 위한 정책들을 제안해 주셨는데 소개해 주시죠.
◆정여진> 전국에 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7개 있는데 설치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지역사회 정신건강사업과 연계해 특히 자살 생각이 있는 고위험군으로 선발된 선별된 사람들에 대한 의료적 개입을 지원할 필요가 있고요.
2025년에 제주에도 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설치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고 굉장히 희망적인 상황입니다. 저희가 이 부분을 연구보고서에 제안했는데 빠르면 2025년에 제주에도 제주 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설치될 것 같고요.
확대가 필요한 난임 예방 교육은 아이를 많이 낳기 위한 저출산의 접근이 아니라 재생산 건강권이라는 인권적 차원에서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나 성인에게 난임 요인을 조기 발견하거나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교육들을 하는 것이 난임 진단 이후에 보조생식술을 통한 출산보다 선행돼야 될 것 같고요.
전체 난임 시술 과정에 대해서 개인이 이것저것 알아서 찾기보다는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난임 시술 코디네이터를 배치할 수 있는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부분들을 제안했고 서구에서는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여성 노동자가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난임 휴가나 휴직 제도를 활성화하고 기업 내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이 가족친화제도나 문화를 확산하는 부분들을 제안했습니다.
◇박혜진> 지금까지 난임 부부 관련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정여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여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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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zzzin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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