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이 권한만…총수일가, 회사 136곳에서 ‘미등기 임원’ 재직
대기업집단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가 13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등기 임원은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경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자리다.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몰렸고, 총수일가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는 올해도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73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735개사(상장사 309개사)를 분석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보면 분석 대상(총수 있는 64개 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433개(16.6%)였다. 전체 등기이사(9220명) 중 총수일가는 575명으로 6.2%에 불과했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2020년 16.4%, 2021년 15.2%에서 지난해 14.5%로 내리 감소하다가 올해 소폭 반등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며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다만 삼성·한화·HD현대·신세계·CJ·DL·네이버·한국타이어·금호아시아나·부영 등 22개 대기업집단은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이중 DL·미래에셋·삼천리·이랜드·태광 5곳은 총수 본인과 총수2·3세를 포함한 총수일가 모두가 이사로 등재하지 않았다.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 신분이면서도 그룹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은 올해도 지속됐다. 미등기 임원은 등기이사와 달리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다. 법인 등기부등본에도 등록돼있지 않지만 명예회장·대표로 불리며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면서도 등기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는 136개사(5.2%)였다.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4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DB(23.8%), 유진(19.5%), 중흥건설(19.2%), 금호석유화학(15.4%) 순이었다. 총수일가의 미등기 임원 겸직수는 중흥건설이 가장 많았고 유진, 효성, 하이트진로, 한화 순으로 집계됐다.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됐다.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181건 중 절반 이상인 104건(57.5%)이 규제 대상 회사였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총수일가가 많은 지분에 대한 배당을 받고 권한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해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에 재직하는 것은 더욱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올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분석 대상(상장회사)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율은 51.5%로 절반을 넘었고 회사당 평균 3.2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 7837건 중 55건(0.70%)에 불과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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