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 치더니" 그 정도로 슈링크플레이션 잡겠나 [인포로 본 세상]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용량 변동 여부 조사했더니
37개 상품 12.0% 용량 축소
하지만 제재 방안 없다는 한계
고물가 국면 속,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기나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의 효과를 누리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다(표➊). 변경 내용을 공지하지 않거나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숨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저해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꼼수 가격 인상' 비판이 끊이질 않자 정부가 식품업체들의 슈링크플레이션 행태를 점검하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틈날 때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정직하지 않은 판매행위"라고 꼬집었고, 11월 2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ㆍ관계부처는 간담회를 열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격정보종합 사이트인 참가격 내 등록된 336개 상품 중 생활용품과 신선식품을 제외한 209개 상품의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데이터와 이전 데이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최근 1년 사이(2022년 12월~2023년 11월)의 용량 변동 사항을 점검했다. 11월 23일에는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대국민 제보를 받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9개 품목 37개 상품이 평균 12.0% 용량을 줄였다(표➋). 먼저 참가격 내 품목을 보자. 209개 상품 중 최근 1년 사이에 용량이 줄어든 상품은 19개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 아몬드 상품 16종과 CJ제일제당의 소시지(백설 그릴 비엔나),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상품 2종이 이전과 비교해 용량이 줄었다. 이중 바프(HBAF)만이 자사몰을 통해 용량 변경 사실을 고지했다.
신고센터를 통해선 총 53건이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중 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상품은 호올스 스틱 7종, 연세유업 전용목장우유 2종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식품도 추가 조사했는데, 오비맥주 카스 캔맥주, 풀무원 핫도그 등 9개 식품의 용량이 1년 전과 비교해 줄었다(표➌).
결과만 놓고 보면, 추경호 부총리까지 나서서 큰소리친 거치고는 살짝 김이 빠진다. 실태조사로 끝난 것도 아쉽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당장은 소비자들에게 용량 변경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제재 방안은 추후 관련법 제정 등을 통해 마련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실태조사는 왜 했는가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혹시 보여주기식 실태조사는 아니었을까.
같은 날 공정위는 슈링크플레이션 방안을 발표했다. 2024년 가격조사전담팀 신설, 모니터링 대상 확대(128개 품목 336개 상품→158개 품목 500여개 상품), 단위가격 표시대상 품목 확대 등이 주요 방안이다(표➍). 지난 20일엔 이마트ㆍ롯데백화점ㆍ컬리ㆍ쿠팡 등 8개 유통업체는 한국소비자원과 '상품 용량정보 제공 및 표시 확대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자율에 맡겨진다. 슈링크플레이션이 근절되지 않을 거란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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