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와 가족의 실랑이... “먹기 싫다" vs "먹어야 산다”

김용 2023. 12. 26. 14: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용의 헬스앤]

매일 병원을 오가며 기사를 쓰는 건강전문 기자로서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아픈 사람들을 지켜보며 의사의 도움말을 듣는 게 기자의 역할이다. 온몸에 기계를 주렁주렁 달고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를 보는가 하면, 살기 위해 병실 복도를 열심히 걷는 환자를 바라보기도 한다. 병원 로비에서 만난 가족들은 오랜 간병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중년의 퇴직자는 양가 부모님이 모두 중병에 걸려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했다. 웃음을 잃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 병원이다.

암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고통... 극한의 통증

아픈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통증이다. 암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증상이 바로 통증이다. 암은 늦게 발견할수록 통증의 강도가 심하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말기 암 환자의 80~90%가 심한 통증으로 고통받는다. 완치의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극심한 통증까지 덮쳐 하루 하루의 삶이 버겁다. 말기는 아니더라도 진행성 암 환자의 60~70%도 통증을 호소한다. 그나마 나은 게 초기 암 환자다. 30~50%가 통증을 경험하니 절반 이상은 통증을 덜 겪으며 치료받기도 한다.

초기라도 항암 치료는 마음과 몸을 힘들게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메스꺼움과 구토 등으로 인해 식욕을 잃고 식사를 거의 못한다. 입안이 헐고 머리카락이 빠지며, 생식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과 마주한다. 빈혈이 생기거나 백혈구, 혈소판 수가 감소하기도 한다. 항암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횟수가 반복되면서 암 환자는 극심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환자와 가족의 실랑이... "메스꺼워서 먹기 싫어" vs "먹어야 산다"

안타까운 것은 암 환자의 70~90%가 통증 관리를 받으면 아픔을 줄일 수 있는 데도 60~70%나 적절한 통증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증은 암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망가뜨린다. 암 통증은 대부분 먹는 약으로 충분히 조절될 수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의하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도 암의 치료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며, 중독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부작용도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꺼리며 통증을 참을 필요는 없다.

항암 치료 중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서로 실랑이를 하기도 한다. 구토와 메스꺼움에 환자는 음식을 거부하고, 가족은 "먹어야 산다"며 억지로 먹이려 한다. 적절한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해야 힘든 항암 치료를 견딜 수 있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기 때문이다. 암 환자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도 먹어야 한다. 육류의 단백질이 몸에 흡수가 잘 돼 환자의 근육과 면역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채소-과일을 많이 먹어야 하지만, 항암 치료 중에는 삶은 고기 등이 생존력을 높여준다.

애꿎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격한 감정 터뜨리는 환자들

암 환자는 감정의 기복과 스트레스도 이겨내야 한다. 암 진단 초기 "왜 하필 나야?" 배신-절망감을 겪는 환자는 치료-부작용-합병증을 거치면서 감정이 요동친다. 아무 죄 없는 가족에게 짜증을 내고 벌컥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한창 치료 중인데도 "내 직장 생활은 이제 끝났다" "암이 재발하면 또 지긋지긋한 병원에 와야 하나?" 성급한 생각에 애꿎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격한 감정을 터뜨린다.

암 자체보다 내 삶이 달라지고 가족, 직장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는 암에 대한 대처 능력, 치료 효과, 부작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정 관리도 또 하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지나친 낙관도 금물... "5년은 지켜보세요"

암 세포가 해당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까지 퍼진 원격 전이가 아니라면 수술을 할 수 있다. 수술에 성공하면 완치의 기대를 부풀린다. 수술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암이 다 나았다"며 예전의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반복한다. 암은 적어도 5년은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 암의 완치 기준은 의학적으로 5년 상대생존율로 가늠한다. 해당 기간 중 발생한 암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을 추정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정기 검진, 생활 습관에 바짝 신경 써야 한다. 성급하게 완쾌를 선언하면 재발이나 다른 암이 생기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새해엔 정말 건강해질 겁니다"

병을 빨리 완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병이 생기기 전 운동을 싫어했던 환자는 병실 복도라도 걸어야 한다.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식성에 안 맞는 음식도 먹어야 한다. 내년에는 완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올해까진 온갖 고통과 스트레스와 마주했다면 내년에는 완치를 위한 꽃길만 열려 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세요~" "새해엔 더욱 건강하세요~" 새해 덕담이 가장 절실한 사람은 지금도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이다.

"새해엔 꼭 완치될 겁니다. 힘 내세요!"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