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12월 24일이 크리스마스 이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

박선민 기자 2023. 12. 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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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인민일보는 흥행 신기록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인민일보

중국 관영 매체들이 12월 24일을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로 기억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에서 유엔군 3만명이 개마고원 장진호 인근에서 중공군 12만명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까지 철수하는 데 성공한 작전으로 중공군 남하를 억제하는 등 큰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은 이 전투를 미군 수만명을 ‘섬멸’한 승리의 전쟁 역사라고 주장한다.

12월 24일을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이라고 선전하고 나선 건 서양 기념일 크리스마스를 배척하고, 애국주의 사상을 고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베이징TV’는 24일(현지 시각) 현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12월 24일은 ‘핑안예’(平安夜·평안한 밤,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이라며 “그들(중공군)은 피와 생명으로 신중국에 평안한 밤을 바쳤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6·25전쟁을 중국적 시각에서 편파적으로 다룬 영화 ‘장진호’의 한 장면을 게시했다.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12월 24일을 크리스마스이브 대신 자국의 장진호 전투 승리 날로 기념하자는 취지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장진호 부근에서 벌어졌다. 당시 미 해병 1사단 등 유엔군(3만명)은 중공군 7개 사단(12만명)에 포위됐지만, 이 포위망을 뚫고 흥남까지 철수하는 데 성공하며 중공군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이 전투에서 미군도 다수 목숨을 잃기는 했지만, 중공군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중공군의 진출을 지연 시켜 12월 22일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까지 군인과 피난민이 흥남항을 통해 철수할 수 있었다.

택시 홍보 LED 전광판에 크리스마스 이브를 "오늘은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이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는 모습. /웨이보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쟁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월 제73주년 장진호 전투 기념식에서 “장진호 전투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전투”라며 “영하 40도가 넘는 추위와 험난한 지형, 겹겹이 싸인 적들의 포위망을 돌파한 성공적인 작전”이라고 했다. “장진호 전투를 통해 중공군의 남하를 억제하고 흥남 철수 작전의 성공을 이루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6·25전쟁을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고 부르는 중국은 흥남 철수를 자국의 승리라고 주장한다. 관영 CCTV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 2만4000명을 포함해 총 3만6000명을 섬멸했다”며 “12월 24일은 핑안예(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니라 장진호 전투 승리 73주년”이라고 보도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 4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장진호 전투를 두고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심원한 의의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던 바 있다.

실제로 12월 24일 전후로 중국에서는 이날을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로 기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택시는 차량 지붕의 LED 광고판에 “오늘은 핑안예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이라는 문구를 띄웠고,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념하는 게시글에는 “오늘은 장진호 승리의 날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비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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