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고 권한만 챙긴’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136개社… 하이트진로·DB 많아

세종=박소정 기자 2023. 12. 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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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23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공개’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 회사 비율 5.2%... 직위 181개
“권한 챙기지만 손해배상 등 책임 지지 않는 행태 여전”
단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개선… 5년 만에 상승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의 수가 136곳, 181개 직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자리의 60%가량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챙기는 총수 일가의 행태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비율이 가장 높은 대기업집단은 하이트진로였으며, DB·중흥건설·금호석유화학 등도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공개’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73개 집단 소속 2735개 회사(상장사 309개·비상장사 2426개)의 총수 일가 경영 참여, 이사회 구성·작동, 소수주주권 작동 현황 등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분석은 총수 있는 64개 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 5년 만에 첫 상승

우선 분석 대상 회사 중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는 433개 사로 집계됐다.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계열회사의 16.6%에 달한다. 전체 이사 9220명 중 총수 일가는 575명으로,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은 최근 하락 추세였는데, 5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셀트리온(88.9%)·KG(74.2%)·SM(64.3%)·케이씨씨(64.3%)·엠디엠(64.3%) 순으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셀트리온의 경우 9개 계열사 중 8개 사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전체 등기이사 수 중에서 총수 일가의 비율이 높은 곳은 셀트리온(39%)·반도홀딩스(39%)·케이씨씨(35.4%)·KG(34.7%)·SM(31%)으로 나타났다. 삼천리·DL·이랜드·미래에셋·태광 등 5개 집단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책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등기 이사로 등재가 되면 총수 일가에 상법상 손해배상청구 같은 여러 책임을 추궁할 수가 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이 올라간 것은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단 그는 “(이런 현상이) 소유와 경영 분리, 경영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수 본인은 이사직을 평균 2.8개 겸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비율이 87.4%로 높았다.

총수 본인 및 총수 2·3세 계열회사 이사등재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 재직 여전, 과반은 ‘사익편취’ 대상

이런 일부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총수 일가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라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비율은 예년과 비교해 나아지지 않았다. 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의 수는 136개로 나타났다.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5.2% 수준이다. 직위 수로 따지면 181개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46.7%)가 가장 높았고, DB(23.8%)·중흥건설(19.2%)·금호석유화학(15.4%) 등도 높았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직위는 57.5%로 절반 이상이었다.

더구나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인 경우가 많았다. 해당 직위 181개 중 57.5%(104개)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였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갖고 있거나, 해당 회사가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를 일컫는다.

이에 대해 홍 과장은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대한 권한 또는 배당을 받거나 권한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해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 소수주주 의결권 도입 증가세지만… 행사는 ‘글쎄’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51.5%로 지난해(51.7%)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에 달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의 0.7%인 55건에 불과했다. 이 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건은 0.2%인 16건에 그쳤다.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 셈이다.

주주총회에서의 소수 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제도인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였다. 집중·서면투표제는 도입률과 실시율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전자투표제는 83.5%의 상장사가 도입했다.

홍 과장은 “KT&G에서 지난 3월 28일 집중투표제가 실시됐으나, 소수주주 측 추천 사외이사 후보가 아닌 지배주주 측 선임 후보가 최종 선임되면서 소수주주 측에선 성공한 집중투표제는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최초로 집중투표제 실시 사례가 나타난 만큼, 소수주주권이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상장사 소수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에 도입된 소수주주권은 총 36건 행사에 그쳤다. 이는 주주제안권, 주주명부 열람청구권, 주주대표소송 제기권, 회계장부 열람 청구권, 이사해임 청구권 등을 일컫는다. 이 중 주주제안권(16건)과 주주명부 열람청구권(10건) 행사 건수는 작년보다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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