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비판' 공존했던 2023년...김민재, 올해 'CB 1위' 등극 "나폴리 우승 핵심+현 시점 세계 최고"
[포포투=오종헌]
김민재가 영국 매체로부터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센터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스포츠 키다'는 24일(이하 한국시간) 2023년 한 해를 기준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센터백 TOP5를 선정했다. 2위는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 포르투갈)였다. 디아스는 맨시티의 핵심 센터백으로 뛰며 지난 시즌 트레블 달성에 큰 공을 세웠다. 또한 다비드 알라바(레알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윌리엄 살리바(아스널, 프랑스),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 네덜란드)가 뒤를 이었다.
1위는 김민재였다. 이 매체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을 때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피지컬적인 특성은 물론 침착함과 기술적인 자질들도 보여줬다. 현 시점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민재는 올여름 뮌헨에 입단했고,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또한 수비 라인을 안정화시키는 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조명했다.
김민재는 올여름 뮌헨에 입단했다. 2021-22시즌을 앞두고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첫 발을 들인 그는 빠르게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한 시즌 만에 나폴리로 이적하며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나폴리는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를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랜 기간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급 센터백으로 군림한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빅리그 경험이 없는 김민재가 합류하자 의심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빠르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시즌 초반부터 나폴리의 주전 센터백으로 뛰며 수비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김민재가 후방에서 든든하게 버텨준 나폴리는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세리에A 사무국은 데뷔 시즌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에 큰 공을 세운 김민재에게 베스트 수비수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김민재의 가치는 폭등했다. 페네르바체 시절처럼 나폴리에서도 입단 1년 만에 많은 팀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 단계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뮌헨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뮌헨은 올여름 뤼카 에르난데스, 벵자맹 파바르가 이적 의사를 내비치며 수비진 변화가 필요했다. 이에 두 선수를 내보내고 김민재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이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김민재가 6월에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 상황 속에서도 협상은 계속됐다. 결국 7월 초 수료식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메디컬테스트 완료 소식과 함께 뮌헨이 나폴리 측에 바이아웃 5,000만 유로(약 716억 원)를 지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국 공식 발표가 나왔다. 김민재의 계약 기간은 2028년 6월까지이며,등번호는 3번을 받았다. 당시 김민재는 "뮌헨은 모든 선수들의 드림클럽이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들이 기대된다. 구단과 대화를 나누면서 얼마나 나를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게 결정적인 이유다. 첫 번째 목표는 많은 경기에 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최대한 많은 우승컵을 차지하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프리시즌 기간 컨디션을 끌어올린 김민재는 RB라이프치히와의 독일 슈퍼컵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이때는 선발이 아닌 교체로 투입됐다. 그리고 베르더 브레멘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첫 선발 출전을 달성했다. 뮌헨은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에서 완패했다. 당시 선발로 나섰지만 김민재와 교체됐던 마타이스 더 리흐트는 벤치에 앉았고,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선발 수비진을 구성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김민재는 선발로 나섰다. 사실상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DFB포칼까지 거의 모든 대회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출전하고 있다. 그나마 코펜하겐과의 UCL 조별리그 5차전에서는 가벼운 부상을 당해 명단에서 제외됐을 뿐, 다른 경기들에서는 꾸준히 출전 중이다.
이렇게 휴식 없이 뛰게 된 이유는 구단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뮌헨은 올여름 김민재를 제외하면 중앙 수비에 특별한 영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군 센터백 자원은 김민재, 우파메카노, 더 리흐트까지 사실상 3명뿐이었다. 타렉 부흐만이라는 어린 유망주가 있지만 아직은 성장이 필요한 선수다.
3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고 있다. 더 리흐트는 프리시즌 기간부터 부상 회복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개막 후 복귀했지만 이내 부상으로 다시 전력에서 이탈했고, 내년에나 돌아올 예정이다. 더 리흐트가 돌아오면서 숨을 돌리는 듯했던 그 시기에 우파메카노가 잠시 빠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민재는 뮌헨에서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뛰고 있으면서 A매치 일정도 소화하고 있다. 이에 혹사를 우려하는 시선이 발생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는 차라리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고 밝혔다. 독일 현지에서도 김민재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독일 '스포르트1'은 지난달 중순 "김민재는 올 시즌 뮌헨의 리그 경기 총 990분 중에서 959분을 뛰었다.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더 리흐트, 우파메카노의 부상이 반복되면서 건강한 선수는 김민재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매체는 "김민재는 A매치 기간에도 쉬지 못한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싱가포르전을 치른 뒤 다시 2,000km 떨어진 중국 원정을 떠나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전을 마치고 80시간이 되지 않아 쾰른을 상대해야 한다. 비행 거리를 다 합치면 20,000km 정도다"고 덧붙였다.
강행군 속에서 매번 완벽한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었다. 김민재는 9월 말 독일의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시 마테우스는 "김민재는 아직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에는 미치지 못했다. 뮌헨 수비의 불안 요소로 남을 수도 있다. 그는 하루빨리 분데스리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김민재를 영입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부응하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A매치 휴식기 직전에도 비판을 받았다. 김민재는 하이덴하임과 분데스리가 11라운드에서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후반 25분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민재의 패스가 빼앗기며 역습이 이어졌다. 그리고 김민재는 실수를 막기 위해 장-니클라스 베스테의 슈팅 상황에서 태클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공이 굴절되면서 노이어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궤적으로 득점이 되고 말았다.
해당 경기는 뮌헨의 4-2 승리로 끝났지만 독일 현지 매체들은 김민재에게 낮은 평점을 매기며 혹평했다. 하지만 뮌헨의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이 직접 나서 김민재를 옹호했다. 그는 "우리 모두 김민재가 매 경기 풀타임을 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러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체력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뮌헨은 12월 초 프랑크푸르트전에서 1-5 대패를 당했다. 당시 뮌헨은 이 경기에 앞서 깜짝 휴식을 얻었다. 2일에 우니온 베를린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폭설로 연기됐다. 김민재를 포함한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뮌헨은 프랑크푸르트에 선제 실점을 내줬다. 경기 시작부터 뮌헨을 압박하던 프랑크푸르트는 전반 12분 만에 오마르 마르무쉬가 오른발 슈팅으로 리드를 잡았다.
리드를 허용한 뮌헨이 반격에 나섰다. 전반 18분 코망이 드리블 돌파 후, 과감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위로 벗어났다. 뮌헨이 계속해서 압박했다. 전반 22분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데이비스의 크로스를 받은 고레츠카가 헤더 슛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오히려 프랑크푸르트가 추가골을 기록했다. 전반 31분 안스가르 크나우프의 패스를 받은 주니오르 디나 에빔베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뮌헨이 무너졌다. 전반 35분에는 위고 라르센이 마르무쉬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왼발 슈팅을 시도해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성공했다.
전반 막판 뮌헨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반 43분 페널티 박스 앞에서 패스를 받은 키미히가 지체하지 않고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프랑크푸르트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전반은 프랑크푸르트가 3-1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뮌헨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데이비스, 누사이르 마즈라위를 빼고 하파엘 게레이루, 콘라드 라이머를 투입하며 수비진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후반 5분 만에 프랑크푸르트가 네 번째 골을 만들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에빔베가 파레스 차이비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프랑크푸르트가 다시 한번 뮌헨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15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패스를 받은 크나우프가 득점에 성공했다. 주심은 당초 오프사이드 반칙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VAR) 후 득점으로 인정했다. 이에 뮌헨은 후반 21분 에릭 막심 추포 모팅, 킹슬리 코망을 빼고 토마스 뮐러와 세르주 그나브리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5분 뒤 그나브리가 다시 부상으로 빠졌고, 자말 무시알라가 급하게 투입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뮌헨은 프랑크푸르트에 1-5로 패하고 말았다.
김민재 역시 5실점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날 김민재는 126회의 볼 터치를 했고 패스 성공률 93%를 기록했다. 또 3번의 경합 상황에서 모두 승리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태클 성공률 50%, 인터셉트 2회, 클리어링 1회 등 비교적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아쉬운 평가가 이어졌다.
물론 찬사를 받은 적도 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10월 중순 16살부터 36살까지 각 나이별로 최고의 선수들을 선정했다. 이 매체는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로 나타낸 'CPM'이라는 지표를 기반으로 이를 정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김민재가 소환됐다. 26살 최고의 축구선수로 김민재가 꼽혔다. 프렝키 더 용(바르셀로나), 니콜로 바렐라(인터밀란) 등 굵직한 선수들을 제쳤다.
'ESPN'은 "김민재는 이제 유럽 5대 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나폴리의 반짝했던 지난 시즌, 그리고 빅터 오시멘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같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는 것 때문에 김민재를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향후 5년 내 세계 최고 센터백이 될 가능성에 표를 던졌다"며 김민재를 1위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김민재는 발롱도르 투표 2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최종 명단 30인 중 센터백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였다. 이번 명단에서는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김민재만 후보에 올랐다. 역대 대한민국 국적 선수로는 4번째였다. 가장 먼저 현재 경남FC를 이끌고 있는 설기현 감독이 안더레흐트 시절, 발롱도르 후보 5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 다음은 박지성 전북 현대 디렉터였다.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 시절 맹활약을 펼치며 2005 발롱도르 후보에 포함된 바 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표를 받지 못했다. 투표를 받은 것은 손흥민이 처음이었다. 2회 이상 후보에 선정된 것 역시 손흥민이 유일하다. 지난 2022 발롱도르 투표 당시 손흥민은 5점을 받았다. 손흥민은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PL)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경이로운 시즌을 보냈고, 최종 투표 결과 11위에 랭크됐다. 2019년 발롱도르 투표에서 22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손흥민은 다시 자신의 순위를 경신하며 다시 한번 아시아 선수 최고임을 입증했다.
김민재는 맨시티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디아스와 크로아티아의 신성 센터백 요수코 그바르디올과 함께 센터백 중 최종 후보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현재 맨시티에서 함께 뛰고 있다. 최종적으로 김민재가 22위, 그바르디올이 25위, 디아스가 30위를 기록했다. 센터백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김민재였다.
다양한 평가를 받았던 김민재는 전반기 막바지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 이후 맨유를 상대로 U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김민재는 팀이 무실점 승리를 거두는 데 기여했다. 또한 슈투트가르트, 볼프스부르크와의 2연전도 모두 소화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김민재는 지난 18일 슈투트가르트와의 경기에서 후반 18분 헤더로 골망을 흔들며 뮌헨 입단 후 첫 골을 신고했다. 뮌헨은 이 골에 힘입어 슈투트가르트에 3-0 완승을 거뒀다. 김민재는 해당 경기에서 전반전 한 차례 득점에 성공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득점이 취소되는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데뷔골을 신고하게 됐다.
전반기를 마친 김민재는 독일 '티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뮌헨 입단 후 첫 6개월을 돌아보면 완벽하게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기 어렵다. 아직도 스스로 주전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기에는 더 리흐트가 대부분의 시간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주전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우리 세 명이 제대로 주전 경쟁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고 언급했다.
또한 아시안컵 차출과 관련해서도 "만약 그 기간 동안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내가 돌아온 뒤에도 두 선수가 주전으로 나설 것이다.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자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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