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들고 미국으로… 중남미 이민자 1만명 대이동

이현욱 기자 2023. 12. 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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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중남미 이민자 1만여 명이 동시에 미국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 남부에서 북부로 가는 도보 여정을 시작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멕시코를 방문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협정을 논의하기로 하자 하루라도 빨리 미국 땅을 밟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캐러밴은 미국과 멕시코가 이민자 통제 논의를 앞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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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멕시코 국경통제 강화 논의에
쿠바 등 20개국 이민자 서둘러 이주

크리스마스 이브에 중남미 이민자 1만여 명이 동시에 미국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 남부에서 북부로 가는 도보 여정을 시작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멕시코를 방문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협정을 논의하기로 하자 하루라도 빨리 미국 땅을 밟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이민자들이 도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아이티, 니카라과, 쿠바, 과테말라, 브라질 등 20여 개국 출신 미국행 이민자들은 붉은 글씨로 ‘그리스도’라고 적힌 흰색 십자가를 앞세운 채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고행길을 선택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행을 꿈꾸거나 합법적 체류 자격을 얻어내기 위해 멕시코를 가로지르는 이른바 ‘캐러밴’ 이주자다. 이민자들이 여정 중의 위험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 지어 이동해 캐러밴으로 불린다.

앞서 이들 이민자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과테말라에서 들어온 후 멕시코를 통과하기 위한 인도주의 비자 등을 받으려 타파출라에서 기다려 왔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자 무작정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티 출신의 한 이민자는 로이터통신에 “타파출라에서 3개월 동안 서류를 받으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며 “배고프고, 생계를 꾸릴 수도 없어 지쳤다”고 토로했다. 이번 캐러밴의 1차 목표지는 타파출라에서 1000㎞ 거리에 있는 멕시코시티다. 이들은 태평양을 따라 치아파스주와 오악사카주를 지난 뒤 중부 푸에블라주 및 멕시코주 또는 게레로주를 통과해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는 경로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캐러밴은 미국과 멕시코가 이민자 통제 논의를 앞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미 국무부는 국경 안보 문제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해 27일 블링컨 국무장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엘리자베스 셔우드랜들 국토안보보좌관 등이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회동한다고 밝혔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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