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둘째 태어나 집 넓혔다 좋아했는데…반년만에 참변”

조율 기자 2023. 12. 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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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이 생기면서 큰 집으로 옮긴다고, 참 다행이라고 좋아했던 부부예요. 두 딸도 너무 귀여웠는데, 어떻게 애먼 사람이 죽었나."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4층 가족 가장 박모(33) 씨를 회상하던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A 씨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 등에 따르면 박 씨 부부는 지난 6월 둘째 딸이 태어나자마자 같은 단지 내 18평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30평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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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동 화재’ 안타까운 사연들
7개월 딸 안고 4층서 몸던진 父
“알뜰살뜰해 같은 단지서 확장”
10층선 가족 대피시키고 숨져
“얼마전 美유학 마치고 돌아와”
26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전날 화재로 주민 2명이 사망한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합동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둘째 딸이 생기면서 큰 집으로 옮긴다고, 참 다행이라고 좋아했던 부부예요. 두 딸도 너무 귀여웠는데, 어떻게 애먼 사람이 죽었나….”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4층 가족 가장 박모(33) 씨를 회상하던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A 씨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 등에 따르면 박 씨 부부는 지난 6월 둘째 딸이 태어나자마자 같은 단지 내 18평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30평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A 씨는 박 씨 부부를 ‘알뜰살뜰했던 부부’로 기억했다. A 씨는 “아내가 한여름에 만삭인 채로 수박을 사들고 부동산을 오가곤 했다”며 “보통 아이가 있으면 이사 올 때 청소 업체 시켜서 청소를 하는데, 돈 아낀다며 아이 아빠하고 아내 오빠하고 집 청소를 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엄청 예뻐했고 사이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62) 씨 또한 “아이 엄마랑 아이들이 참 예뻤다”며 “만날 때마다 넓은 집에 이사 왔다고 좋아했다”고 안타까워했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25일 오전 4시 57분쯤 23층인 이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다. 불길은 약 3시간 43분 만인 오전 8시 40분쯤 완진됐지만, 이 과정에서 박 씨를 포함한 30대 남성 2명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두 살배기 첫째 딸을 지상에 있던 재활용쓰레기 포대 더미 위로 던진 후 7개월 둘째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 마지막으로 부인 정모(34) 씨가 뛰어내렸다. 박 씨는 추락 직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부인은 어깨 등을 다쳤으나 현재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며, 두 아이 또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2살 딸을 안전하게 1층으로 던진 뒤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리다 사망한 아버지 박모(33) 씨 가족이 살던 4층 복도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김린아 기자

또 다른 사망자는 10층에 거주하던 임모(38) 씨로 함께 살던 70대 부모와 남동생을 먼저 탈출시킨 뒤 마지막으로 탈출하려다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마련된 임 씨의 빈소에서 아버지는 “월급 타면 월급날마다 식사도 했었고, 계절마다 옷도 사주는 너무 착한 아들이었다”며 눈물지었다. 그는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가족들 다 살리고 너만 죽으면 어떡하냐”며 오열하기도 했다. 임 씨의 고모들은 “미국에서 유학 마치고 돌아와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날 오전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3층 내부의 합동 현장 감식과 사망자들의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화재가 발생한 동의 거주자들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16층 거주자 B(64) 씨는 “탈출하려고 했지만 복도에 완전히 연기가 가득 차 숨이 턱 막혔다”며 “선풍기를 켜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베란다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동은 화재 발생 하루가 지난 현재에도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그을림과 분진으로 뒤덮인 상태다. B 씨는 “계단이 연기 통로가 돼 꼭대기 층까지 연기가 자욱하게 내려앉았다”며 “나도 복도로 나갔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율·노지운·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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