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에도 젊은 마음으로 쓴 ‘세상 사는 지혜’”

김지은 기자 2023. 12. 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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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사람들만 공유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널리 읽혔으면 좋겠어요.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경렬(70) 서울대 영어영문학 명예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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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인문대 출신 학자들
동인‘숙맥’20년 문집 발간
종교학·사회학·중문학 석학
어린 시절 아픈 사연 등 32편
“젊은 세대 읽고 공감했으면”
올해 2월 23일 ‘숙맥’ 동인들이 친목 모임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김학주, 이익섭, 장경렬(서 있는 이), 주종연, 곽광수, 김재은, 정진홍, 이상일, 안삼환(서 있는 이), 이상옥, 김경동, 김명렬 교수. 숙맥 제공

“몇 사람들만 공유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널리 읽혔으면 좋겠어요.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경렬(70) 서울대 영어영문학 명예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3일 출간된 서울대 출신 교수들의 동인 문집 ‘숙맥(菽麥)’의 20주년 기념호 ‘어찌 세월이 가만있었겠는가’(푸른사상 발행)에 대해서다. 문집의 편집을 맡았던 장 교수는 “동인집이라고 해서 사적인 글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글들”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1950년대 서울대 문리대를 다녔던 9명의 교수가 대학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2003년 모임을 만들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서울대·이화여대 등에서 재직한 학자들이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어리숙하다’는 뜻의 ‘숙맥’을 자처하며 그해 첫 동인집을 냈고, 올해로 20년이 됐다.

그사이 창립 멤버 두 명이 세상을 떠나고 새롭게 회원을 맞아들여 현재 14명이 활동하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해 합류한 막내로 이번 16호의 편집을 맡았다. “20년 동안 꾸준히 책을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이 어쩌면 그렇게 여전히 총기 넘치시고 글을 또박또박 깔끔하고 맑게 잘 쓰시는지 그저 놀랍고 감사할 뿐입니다.”

대학교수들이 썼다고 딱딱하거나 어려운 글이 아니다. 퇴임 후 학문적 글쓰기에서 벗어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쓴 것으로, 80년 인생의 지혜와 관용이 담긴 수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며 사용하는 잘못된 언어습관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 김경동(87)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요지경 속 언어생활 문화의 변천’, 어렸을 때 외롭고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 숙맥의 원년 멤버 정진홍(86) 서울대 종교학 명예교수의 ‘버킷리스트’, 시골에서 직접 살아보며 느낀 전원생활의 이중성을 위트 있게 그린 정재서(71) 이화여대 중어중문학 명예교수의 ‘자연인 되기의 괴로움’ 등 총 32편이 실렸다.

수십 년 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이들은 후세대가 많이 읽고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장 교수는 “70이 된 제가 읽어도 배울 것이 있고 감동이 된다”며 ”젊은 독자들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깨우치고 느끼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매번 책의 타이틀은 회원들이 다 같이 의견을 모아 정한다. 이번 호에서는 장 교수가 2018년 타계한 스승 김윤식 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를 추모하며 쓴 글의 제목인 ‘어찌 세월이 가만있었겠는가’로 낙점했다.

“20주년을 맞는 선생님들의 감회 또한 ‘어찌 세월이 가만있었겠느냐’였어요. 선생님들은 후배들이 들어와 숙맥이 앞으로 더 젊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동숭동 문리대 캠퍼스에서 열정적으로 학문을 탐구하던 그때처럼 여전히 젊은 마음을 갖고 계세요. 그래서 지치지 않고 계속 글을 쓰실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니 더욱 소중하지요.”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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