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잇는 실크로드, 韓-걸프협력이사회 FTA[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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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부터 15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잇는 육상 교역로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아라비아반도 6개국은 1981년 걸프협력이사회(GCC)라는 공동체를 결성했다.
10월에는 우리나라와 UAE 간 FTA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공식 협상 두 번 만에 전격 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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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부터 15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잇는 육상 교역로였다. 동으로는 중국, 서로는 아라비아까지 이어지며 그 길이가 6400㎞에 달했다. 이 길을 통해 양쪽은 경제, 문화, 정치, 종교적 영향을 주고받았다. 동서를 잇는 해상 교역로도 있었다. ‘고려사’에는 대식국(大食國·아라비아를 뜻함) 상인들이 대규모로 와서 무역 거래를 했다는 기록이 세 차례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아라비아반도 6개국은 1981년 걸프협력이사회(GCC)라는 공동체를 결성했다. 이들 6개국은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동시에 향후 자원의 고갈에 대비해 석유 의존적 경제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와 GCC 간의 상품 교역은 1026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미 교역액 1916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GCC에 103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팔았고, GCC로부터 923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전체 수입 중 약 83%를 원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028억 달러에 달하는 석유제품과 플라스틱을 수출했는데 자동차 수출액의 두 배 정도이고 전체 수출의 15%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바로 이듬해인 2008년부터 GCC와도 FTA 체결 협상을 추진해왔다. 6개국의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협상이 10여 년 동안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중동에 우리 외교력이 집중됐다. 새 정부 출범 2년 차인 올해 윤석열 대통령은 UAE와 사우디, 카타르 등 중동 ‘빅 3’ 국가를 국빈 방문하며 세일즈 외교를 통해 ‘신(新)중동 붐’을 이끌었다. FTA 시계도 빨라졌다. 10월에는 우리나라와 UAE 간 FTA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공식 협상 두 번 만에 전격 타결됐다. GCC와의 FTA 협상도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UAE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지도자 라시드 빈 사이드 알막툼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낙타를 타셨다. 나는 벤츠를 타고 나의 아들과 손자는 랜드로버를 탈 것이다. 그러나 내 증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 것이다.”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이를 잘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GCC 전역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사우디 비전 2030’ ‘카타르 국가비전 2030’ 등을 내세우며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미래 에너지 및 녹색 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세계 6위의 수출 강국 반열에 올라선 우리나라가 최적의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통상의 기본은 ‘주고받는 것’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만 관계가 지속된다. 고려 시대 무역항 벽란도를 통해 대식국 상인들은 아라비아 지역의 특산물을 가져와서 금과 비단으로 바꿔 갔다. 약 1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GCC FTA라는 이 시대의 실크로드를 통해 공동 번영이 지속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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