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창끝 전투력’ 높여야 한다[시평]
北도발에 정면 대응한 2023년
핵전쟁 대비 등 4大 분야 성과
한일협력 토대 닦고 9·19 탈피
안보 일선 강화해야 강한 군대
중소대장과 조종사 사기 저하
평화 뒷받침할 전투력 키워야
올해 첫날 새벽 초대형 방사포 사격으로부터 시작된 북한의 위험한 불꽃 쇼와 전쟁놀음은 연중 계속됐다. 18번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5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었다. 또, 미국의 글로벌호크를 닮은 무인정찰기, 무인잠수함 등을 열병식에서 자랑했고 전술핵공격 잠수함을 진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곤 ‘초강력타격(핵무기)을 인도하는 길잡이’를 확보했다고 선전했다.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탄약을 주고 그 대가로 러시아의 선진 군사 기술을 이전받는 등 엄중한 국제 제재 속에서도 첨단 무기 체계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며 적대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가중된 북한의 위협은 우리 안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추동했다.
첫째, 핵전쟁 대비태세 구축을 위한 첫발을 뗐다. 4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역내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운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차례 NCG 회의를 통해 핵운용계획 수립에 한국이 참여하고, 양국 정상 간에 실시간 협의할 수 있는 통신망을 가동하며, 연합연습 때 핵전쟁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북핵 대응 체제를 갖추게 됐다.
둘째, 일본과의 안보 협력 기초가 마련됐다. 일본에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유엔사 회원국들을 위한 유엔사 후방기지가 7군데 지정돼 있다. 일본 내 미군기지 곳곳에는 유사시 사용할 유류와 탄약 등도 저장돼 있다. 따라서 일본은 당연히 한국 안보에 밀접한 국가임에도 그간 양국이 군사 협력 체제 구축에 소홀함으로써 유엔사 회원국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었는데,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대북 공조를 위한 3국 협력의 제도화가 합의됨으로써 한일 간에 간극을 없애고 역내 안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셋째, 유엔사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6·25전쟁 초기에 구성돼 정전 후에도 줄곧 작전을 총괄해 오던 유엔사는 1978년에 창설된 한미연합사로 작전통제권을 이관하며 정전 감독과 관리를 전담하는 기구로 축소됐었다. 그러다가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대두되고 전쟁 재발 위험이 높아지면서 미국 측에서는 유엔사 회원국과 함께 조직과 기능 보강을 추진했으나 한국의 전 정부는 소극적이었고, 심지어 회원국 가입을 신청한 독일의 요청을 반려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정전 후 70년 만에 최초로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열렸고, 대표들이 ‘전쟁 발발 시 재참전’을 결의했다. 이는 국내외적으로 유엔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한국도 유엔사 활성화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넷째, 9·19 남북군사합의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성과가 있었다. 2018년 남북 간에 합의했던 9·19 군사합의는 북한 입장만 반영된 일방적인 양보 문서였다. 전선지역에서의 정찰비행이 금지됨으로써 북한군의 전선지역 움직임을 볼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11월 21일 북한이 유엔 제재로 금지된 ICBM 기술을 이용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군사합의 중 정찰을 금지시킨 항목의 효력 중지를 선언하고 항공정찰을 재개했다. 상대의 선의를 기대하며 스스로의 눈과 귀를 가린 오류가 바로잡힌 것으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 지난 정부에서 무너뜨리고 소홀히 했던 안보 체제를 정상 궤도에 올리며 숙원도 해결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국방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국민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으니, ‘창끝 전투력’ 문제가 그것이다. 전투력은 창끝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창끝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대장, 전투기 조종사들이 조기에 군을 떠나고 사기마저 떨어졌으며, 특히 육군 부사관의 경우 충족률이 77%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더 큰 위기는, 이런 상황을 위험하게 보지 않는 시각이다.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증적으로 개선할 것이 있고 순식간에 조치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이 창끝 전투력 문제는 후자에 해당하고 시급한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부디 새해에는 이러한 숙원이 해결돼 그야말로 진짜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힘’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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