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나홀로 집에’…할머니집 가던 6세 소년 엉뚱한 곳에 착륙

노정연 기자 2023. 12. 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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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 방문하려던 손자 비행기 잘못 탑승
어머니, 승무원에 인계했지만 엉뚱한 곳 도착
항공사 측 “오류 발견 뒤 가족과 연락해 조치”
비행 중인 스피릿 에어라인 항공기.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할머니 집에서 보내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6세 소년이 엉뚱한 곳에 도착한 현실판 ‘나홀로 집에’ 사건이 벌어졌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동반자 없이 필라델피아에서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까지 가려던 어린이가 올란도행 비행기에 잘못 탑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여섯 살인 이 소년은 지난 21일 할머니 마리아 라모스를 방문하기 위해 포트 마이어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이와 동반하지 못한 소년의 어머니가 필요한 서류와 함께 아이를 비행기 승무원에게 인계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가 엉뚱한 항공편에 탑승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공항에서 손자를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 라모스에게 도착한 건 손자가 아닌 손자의 가방뿐이었다.

할머니 라모스는 “승무원에게 달려가 ‘당신이 손자를 인계받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탄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모스는 몇 시간 뒤 올란도에 있다는 손자의 연락을 받고 자동차로 달려가 손자를 데려올 수 있었다.

포트 마이어스와 올랜도 260㎞가량 떨어져 있다.

아이를 잘못 태운 항공사는 저가 항공인 스피릿 에어라인으로, 항공사 측은 아이와 가족들에게 사과했지만 사건 경위를 설명해달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스피릿 에어라인측은 “아이는 항상 우리 직원의 보살핌과 감독하에 있었다”며 “오류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가족과 연락해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손님의 안전과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항공기 탑승 오류는 민감한 문제다. 흔하게 발생하지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안전과 보안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며 소송이나 규제 조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6년 미국의 저가 항공사 젯블루 항공은 뉴욕 JFK 공항에서 5살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에게 엉뚱한 소년을 인계해 소송에 휘말렸다.

2017년 전일본공수(ANA) 항공은 로스엔젤레스에서 두 형제를 태우고 도쿄로 가던 중 둘 중 한 아이가 다른 항공사 탑승권을 가진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태평양 상공에서 미국으로 비행기를 되돌리기도 했다. 이 사건은 FBI(미 연방수사국)가 조사에 나선 바 있다.

2019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스웨덴으로 가기 위해 뉴욕에서 환승한 14세 소년이 잘못된 탑승권으로 독일행 비행기를 탄 일이 있었다. 소년을 잘못 태운 유로윙스 항공측은 “당시 스웨덴행과 독일행 비행기의 탑승이 인근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며 “이 소년이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의 실수로 잘못된 항공편의 탑승권을 받았다”라고 해명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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