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대결’ 그림자, 우크라이나 넘어 세르비아까지 드리우나

박병수 2023. 12.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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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간 냉전적 대결의 그림자가 이번엔 세르비아에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세르비아에서 격렬한 부정선거 시위가 일어나자 그 배후로 미국 등 서방을 지목하며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세르비아 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데르 보찬-하르첸코는 최근 현지 방송에 출연해 베오그라드 등에서 격화하고 있는 시위와 관련해 "서방이 반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박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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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야당 지지자가 25일(현지시각) 베오그라드에서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에 참석해 “정의와 책임”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간 냉전적 대결의 그림자가 이번엔 세르비아에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세르비아에서 격렬한 부정선거 시위가 일어나자 그 배후로 미국 등 서방을 지목하며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세르비아 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데르 보찬-하르첸코는 최근 현지 방송에 출연해 베오그라드 등에서 격화하고 있는 시위와 관련해 “서방이 반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박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런 주장은 이른바 “색깔 혁명”을 꾀하는 외부 세력이 세르비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주장에 공감하면서, 세르비아 내 친유럽연합(EU) 정치 세력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색깔 혁명이란 러시아 세력권에 있던 동유럽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가리키는 조어로, 주로 이들 시위를 ‘서방의 음모’로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실제 지금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통적인 친러시아 성향의 나라였으나 2000년대 이후 이른바 ‘오렌지 혁명’ 등을 거치며 친유럽연합 정치세력이 득세하며 러시아 세력권에서 이탈한 전례가 있다. 러시아는 세르비아가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총선에선 부치치 대통령의 ‘세르비아진보당’(SNS)이 48%를 득표해 승리했다. 그러나 야당에서 곧바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베오그라드 등에선 연일 선거 무효화를 주장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세르비아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세르비아 주재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힐은 지난주 세르비아 정부에 선거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미국 정부는 세르비아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미적지근한 태도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세르비아는 2009년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했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세르비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적극 반대하고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부치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을 비판하면서도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에 협력하진 않고 있다.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코소보를 둘러싸고도 둘 사이엔 갈등이 잠복해 있다.

이번 부정선거 시위를 둘러싼 논란은 세르비아 정부를 더욱 러시아에 밀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아나 브르나비치 세르비아 총리는 지난 24일 밤 베오그라드에서 격렬했던 시위가 잦아든 뒤 “러시아의 안보기구가 시위대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해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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