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3년…국민 절반 이상이 “실수였다”
복잡해진 통관절차에 비용 상승까지 인플레 심화
재가입 요구 확산…"작년 7월부터 과반 이상이 후회"
정치권은 여야 불문 회의적…내년 총선 영향 주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내년 4년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후회하고 있는 영국 국민이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력 부족, 인플레이션, 복잡해진 통관 절차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재가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1년 이상 지속되며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렉시트 “실수였다” 55% vs “옳았다” 33%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글로벌 여론조사업체인 유고브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이 옳았는가’라는 질문에 설문조사 참여자 중 55%가 “실수였다”고 답했다. “옳았다”는 응답자는 33%에 그쳤으며 12%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조사는 18세 이상 2018명을 대상으로 지난 12~13일 진행됐다.
지난달 말 실시된 EU 재가입 찬반을 묻는 또다른 설문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57%를 기록했다. “강력 찬성한다”는 답변이 31%, “가입과 탈퇴 중 하나라면 찬성”이라는 답변이 26%를 각각 차지했다. “강력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2%, “가입과 탈퇴 중 하나라면 반대”라는 응답자는 10%로 반대 의견은 총 22%로 집계됐다.
영국은 2016년 절반 이상이 브렉시트에 찬성한다는 국민투표 결과(찬성 51.9%·잔류 48.1%)에 따라 2020년 1월 31일 EU에서 공식 탈퇴했다. 이후 브렉시트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이행기간 11개월을 거친 뒤 2020년 12월 31일 EU와 완전히 결별했다. 실질적으로 브렉시트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이며 오는 31일로 3주년을 맞이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극심한 노동력 부족 및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폴란드 등 유럽 중부 및 동부 출신 이민자들이 영국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없게 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임금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영국과 EU 간 무역에서 통관 절차가 번거로워진 것도 비용상승을 유발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0월 전년 동월대비 11.1%까지 치솟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1월엔 3.9%로 낮아졌지만, 같은 달 유로존 CPI 상승률(2.4%)을 크게 웃돌고 있다.
재가입 요구 확산, 정치권은 회의적…내년 총선 영향 주목
EU 재가입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어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보수당은 2019년 총선에서 ‘완전한 브렉시트’를 앞세워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지난 7월 영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한 것을 제외하면 브렉시트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법 체계 안에 녹아 있는 EU 관련법 대부분을 독자적인 법률로 대체하겠다는 약속도 리시 수낵 정권 출범 이후 지난 5월 철회됐다.
브렉시트의 가장 큰 목표였던 이민자 통제에도 실패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 수에서 영국에서 떠난 사람 수를 뺀 순이민자 수는 지난해 74만 5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37만명의 2배 수준이다. NYT는“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출신 이민자들과 폴란드 배관공은 줄어든 반면, 인도와 필리핀 출신인 의사와 간호사, 나이지리아 출신 대학원생 등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EU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제1야당인 노동당도 재가입엔 회의적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절반 이상이 EU 재가입을 원하고 있지만 여야 모두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면서 “영국이 재가입하려 해도 EU가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고 짚었다. 유고브는 “2022년 7월부터 브렉시트가 실수였다는 답변이 50%를 넘어서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는 집권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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