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로 심장질환 치료?…'누에 단백질'로 인공 판막 만든다

천연 실크 판막 대비 강도 13.8배, 탄성도 10.1배 높아

경남 산청군 한 마을의 잠실. 작업자가 누에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실크 등 직물을 만들 수 있는 실을 뽑아내는 누에가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소아심장과 정세용 교수와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 연구팀은 나방의 유충인 누에가 만들어내는 천연 단백질 실크 피브로인(silk fibroin)을 인공 판막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크 피브로인은 나방의 유충인 누에가 만들어내는 질긴 실을 구성하는 섬유 형태의 단백질로 무색‧무취이며 인체에 무해하다.

우리 심장에 총 4개로 구성된 판막은 열리고 닫히면서 혈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퇴행성 변화, 선천성 심장병 등으로 판막의 여닫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내부가 좁아지는 협착이나 혈액 역류가 발생해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 심부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기존의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대체하는 판막 치환술을 최종적인 치료로 시행하는데, 현재는 금속으로 만든 기계 판막이나 동물 조직 판막을 대체 인공 판막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기계 판막을 사용하면 혈전(피떡)이 잘 발생해 평생 피가 굳는 것을 막는 항응고 요법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출혈로 인한 합병증 위험성이 커진다.

동물 조직 판막도 판막 기능 부전(저하)이 발생할 위험이 커 재수술 또는 시술을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신소재를 활용한 인공심장 판막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심장의 압력을 견딜 만큼 높은 강도와 내구성, 탄성을 가진 대체제를 구할 수 없어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최근 의료 분야에서 기능성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실크 피브로인으로 심장판막 모양을 만들어 그 성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실제 심장의 박동과 비슷한 압력을 실크 피브로인으로 만든 인공 판막에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구성을 확인한 결과 일반적인 천연 실크로 만든 판막에 비해 강도가 13.8배, 탄성도가 10.1배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더해 심장 박동 테스트를 시행했을 때 높은 내구성을 보이며 일반적인 수축기 혈압 범위인 60~180mmHG(밀리미터수은)을 넘어서는 압력에서도 판막으로서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어 실제 체내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혈액 적합성 검사에서도 정상이거나 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에서 혈전 형성, 석회화 등 혈류를 방해할 만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세용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한 후속 실험을 계속해 반복적인 수술 등으로 고통받는 판막 질환 환자들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며 "동물을 기반으로 하는 판막 제작 사용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기 교수는 "이번 성과는 소재의 강도와 탄성 등의 측면에서 심장판막으로서 실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실크 피브로인을 정밀하게 연구한 결과"라며 "연구 결과가 여러 의료 분야로 확대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9.0) 최신 호에 실렸다.

정세용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교수(왼쪽)와 홍진기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