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기업인, 지방소멸 외면해선 안돼"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 공익재단 설립 관련 일화 임직원에 공개
"지방소멸, 너무 심각한 현상…지역 주민 문화 향유권 높일 것"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지역 문화·예술·교육 인프라를 지원할 공익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오래전부터 '지방 소멸' 대응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에코프로에 따르면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최근 '공익재단 설립 관련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라는 사내 공지문에서 공익재단 구상과 관련한 이 전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에코프로 본사가 있는 충북 오창의 한 식당에서 송 대표를 만나 지역 소멸 문제에 관해 대화하면서 "우리 같이 지방에서 성장한 기업에는 지방 소멸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기업인의 역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지방에서 상고를 졸업하고 야간대학을 나와 맨손으로 창업했는데 우리 에코프로 임직원 대부분도 지방의 공고나 지방대학 출신"이라며 "에코프로는 지방 출신들이 똘똘 뭉쳐 일군 회사"라고 강조했다고 송 대표는 전했다.

이 전 회장은 "나는 단지 지역 인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근데 요즘 신문을 보니 지방에 빈집이 늘어가고 지방 경제가 엉망이라고 하더라. 이렇게 되면 한 지방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업이 지역 문제 해결에 관여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전 회장은 이어 올 8월 송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재단 설립 구상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그는 편지에서 "우리 모든 가족사의 본점 소재지는 지방이며 지방에서 경쟁력 있게 성장했다. 지금은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일류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며 "사실 지방은 물류, 인프라, 입지 조건, 노동 경쟁력 우위 등으로 볼 때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방 소멸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너무나 심각한 현상"이라며 "서울 및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지방 주민들은 문화 향유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높이기 위해 기업시민의 일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며 "이에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에코프로는 이동채 전 회장이 주요 주주로 있는 데이지파트너스의 가족사 지분을 토대로 출연금을 내 공익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재단과 별도로 지방 벤처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펀드 조성도 검토한다.

송 대표는 "에코프로는 배터리 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적 책임이라는 또 다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며 "이동채 전 회장은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권 향상을 통해 지역 소멸을 방지하는 기업시민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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