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가치는 신뢰…한국형 정책 모델 만든다"
"한국, 미국·유럽과는 다른 독자적 AI 정책 모델 필요"
AI 가이드라인 6종·민관협의체로 규제·진흥 균형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송년 오찬 간담회에서 독자적인 한국형 AI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에 중점을 둔 유럽이나 산업 발전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방향성을 참고하되, 막연히 따라가기만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챗GPT 등장 이후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시장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규제에 초점을 맞춘 ‘인공지능 법(AI 액트)’에 합의했고 미국은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 발전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위가 AI 정책을 마련 중이다. 인터넷상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답변을 내놓는 생성형 AI 특성상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고 위원장이 언급한 ‘한국적 정책 모델’은 유럽, 미국과는 달리 규제와 산업 발전 균형을 맞추는 점이 핵심이다. 독자적 정보기술(IT) 산업 생태계가 존재하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체계가 공고히 잡혀 있는 한국 특성에 가장 적합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고 위원장은 “EU는 역내 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AI 액트’가 만들어졌고 미국의 행정명령 중 상당 부분은 앞서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며 “글로벌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참고하되, 한국의 독자적 입장과 글로벌 입지를 고려해 한국적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생태계가 활발하고 AI 영역에서도 거대언어모델(LLM)을 실제로 개발하는 회사도 있다”며 “한 나라안에 독자적인 복수의 LLM이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위의 내년 주요 정책 과제는 ‘AI 가이드라인’ 마련이다. AI 학습 데이터 확보, AI 모델 개발, AI 서비스 제공 등 정책 방향을 담은 가이드라인 6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AI 개발사 등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민간 측 의장을 맡은 ‘AI 프라이버시 민관 정책협의회(민관 협의회)’를 통해선 AI 기업이 당면한 불확실성 해소, 민관 공동 규율체계 설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규제뿐만 아니라 산업 발전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국제 AI 규범을 논의하는 여러 국가들도 개인정보위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고 위원장은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개최된 ‘AI 고위급 자문기구 회의’에서 국제 거버넌스 상호운용성 분과 공동분과장을 맡은 바 있다. 또 지난 1일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성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 5월에는 국내에서 ‘AI 미니 정상회의’도 개최한다.
고 위원장은 “UN 자문기구 활동을 통한 중간 보고서가 내년 1월 초 외부에 공개될 것”이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다른 기구들을 참조해 AI 영역에서 어떤 부분이 필요할지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이 글로벌 AI 규범 논의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높은 개인정보 수준이다. 고 위원장은 “대부분 국가들이 개인정보 법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운영한 경험을 갖춘 국가는 5곳(한국·일본·중국·홍콩·싱가포르) 정도”라며 “일본은 관행적으로 기업이나 국민들이 정부 결정에 따르는 편이라 좋은 선례가 될 만한 부분이 적고, 싱가포르는 내수 시장이 거의 없는 등 개인정보 분야를 주도해 온 영국과 미국 입장에선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눈에 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가 내년에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국제 행사 예산이 새롭게 편성됐고, 송무 예산 등이 협의 과정에서 약간 늘어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출범한 지 3년 남짓 됐는데, 조직이나 업무량이 기존보다 3~4배 확대됐다. 현재 2단계 도약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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