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의 금융레이다] 올해 ‘금융 F4’가 사랑한 ‘금(金)잔디’는?

김경렬 2023. 12. 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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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의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눈이 날리더니 오늘은 해가 빨갛게 떴다.

올해 초 금융수장들이 세운 계획처럼 일 년 동안 큰 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금융 'F4'(당국 수장을 지칭하는 말)가 모든 것을 놓고 '안정'에만 집중하기엔 힘든 한 해였다.

올해 구준표가 사랑했던 '금(金)잔디'는 '금융 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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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지막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어제 서울의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눈이 날리더니 오늘은 해가 빨갛게 떴다. 하늘이 맑다. 이런 태양을 보면 오늘 하루 힘차게 뛰겠다는 각오가 선다. 내년을 시작하는 첫 날도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일 년 계획을 세울 거다.

올해 초 금융수장들이 세운 계획처럼 일 년 동안 큰 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을 비롯해 여기저기 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다행히 거시경제에선 긴박했던 지난해와는 분명 달랐다는 의미다. 작년에는 9월 말 강원도 기업어음(CP) 디폴트 위기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됐다. 돈을 갚지 못하면 줄도산 할 판이었다.

올해는 모두가 폭탄을 실은 비행기의 연착륙을 고민했다. 지상에서나 비행기 안에서나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빗대자면 지상은 정부, 비행기는 민간 금융회사다. 정부는 활주로를 열고 민간 금융사는 기체 상황을 점검했다. 모두가 합심해 시뮬레이션 상 착륙 길은 어느 정도 열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고민 와중에 집값이라는 난제가 불쑥 튀어나왔다.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부동산 '투자 불패'에 대한 기대심리로 표심을 얻어 출발했다. 내년 총선도 불패 심리를 지키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싸움이었다.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간 건 작년 강원도에서 시작된 일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무관치 않다.

금융 안정이라는 목표를 잡고도 정부가 '설왕설래'한 것은, 가계부채 줄이면 집값이 내리고 표심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신용평가사들이 수년을 고생했지만 답을 내지 못했다. 원인을 찾지 못하다보니 때아닌 헛발질이 나왔다.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부동산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금융 'F4'(당국 수장을 지칭하는 말)가 모든 것을 놓고 '안정'에만 집중하기엔 힘든 한 해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가계 안정을 택하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선뜻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 물가 잡기가 고통스러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업권을 다독이며 혁신을 미뤄야만 했다. 혁신은 예상치 못한 불안정을 키우기 때문이다. 중소금융과, 자산운용과, 혁신과 등에서 멈춰버린 안건들이 속을 태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위기를 틈타 자금을 빨아들이는 불공정거래를 잡느라 밤낮없이 바빴다.

F4가 '자강(自强)' 해왔으나 칭찬하기 이르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서민들의 삶은 아직 팍팍하다. 정책 시계와 서민들의 시계가 다르게 움직이고, 실제 돈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대한 무게감도 각자 다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낙수효과까지 시간이 걸린다.

F4는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년 작품) 속 4명의 등장인물을 일컫는 말이다. 이중 주인공은 구준표다. 금융권 F4로 치자면 총선 출마로 떠나는 추 부총리다. 드라마 속 구준표는 처음엔 서민을 이해하지 못하다 금잔디와 사랑에 빠져 삶을 배워간다. 이후 3년간 유학을 통해 그룹 후계자로 환골탈태에 성공한 뒤 금잔디와 결혼한다. 드라마가 알싸하게 재밌던 건 구준표가 변해가는 로맨틱한 부분이다.

올해 구준표가 사랑했던 '금(金)잔디'는 '금융 안정'이었다. 박수가 쏟아지지 않는 건 위기가 계속돼 예식장을 잡을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캐피탈, 시공사, 건설사 등 아직 부실 암초는 곳곳에 즐비해있다. 모진 시간을 딛고 금잔디와 결혼에 골인하길 바라는 건, 당시 드라마 시청자의 마음과 같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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