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창석 전 마라톤 감독, 별세 2년 만에 대한민국체육유공자로 지정돼

유족, 문체부 상대 체육유공자 지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서 승소
문체부, 심사위원회 열어 법원 판결 등 고려 체육유공자 지정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왼쪽)과 오창석 전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 뉴스1

고(故) 오창석 전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이 뒤늦게 대한민국체육유공자로 지정됐다. 고인은 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을 발굴해 성장시킨 지도자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1일 2023년 제1회 대한민국체육유공자지정심사위원회를 열어 고인을 체육유공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오 전 감독은 1995년부터 사망 직전인 2021년 4월까지 약 26년 간 국군체육부대 마라톤 감독, 구미시청 감독, 국가대표 코치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마라톤 발전을 위해 앞장섰다. 특히 큐(Q)레이 마라톤팀 감독 시절 미국 앨버커키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고지대 훈련을 위한 합숙소를 마련하는 등 선수들의 기록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케냐 출신 오주한을 발굴하고 한국으로 귀화시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지도했다. 오 전 감독은 도쿄올림픽 마라톤 메달을 목표로 오주한과 케냐 전지훈련 중 비자 연장을 위해 귀국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중 혈액암이 재발해 2021년 5월 세상을 떠났다.

심사위원회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케냐 고지대로 전지훈련을 떠나 코로나19 확산,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 등에 따라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상황 및 법원이 도쿄올림픽을 위한 지도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고인을 체육유공자로 의결했다.

문체부는 오 전 감독의 유족에게 월 120만원∼140만원의 연금과 교육비, 취업장려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체육인 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체육유공자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보상을 받으며, 연금·수당과 사망위로금이 지급되며 의료·교육·취업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한편 문체부의 이 같은 결정은 고인의 유족이 문체부를 상대로 낸 체육유공자 지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데 따른 조처다. 고인은 2020년 2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케냐에서 오주한을 지도하다 풍토병에 걸렸고, 지병인 혈액암이 악화해 귀국 한 달 만에 림프종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문체부에 고민의 체육유공자 지정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망인이 케냐 고지대에 머물면서 지리적·기후적 요인으로 풍토병이 발병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이 이전에 앓았던 혈액암이 재발·악화한 것이라면 케냐에서 선수를 지도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망인이 훈련 도중에 혼자 귀국할 경우에는 훈련비 지원이 정지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올림픽을 위한 지도 중에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체육유공자 지정을 거부한 문체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