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이름도 못 부르는 국민의힘…“도이치모터스 특검법, 윤 대통령 내외 모욕”

문광호·이두리 기자 2023. 12. 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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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노무현 전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
“민주당 압박은 자가당착” 본격 대응 나서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6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에게 특검법 통과 시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압박하는 건 완벽한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결정한 데 따라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도이치모터스 특검’으로 용어를 통일하고 일제히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권은 국회 다수당 횡포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을 알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 쌓기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 언급대로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1월25일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마다 국민의힘의 반대로 번번이 법안이 부결되는 현재와 달리 당시 재표결에 부쳐진 특검법은 같은해 12월4일 국회에서 266명이 참석한 가운데 209명이 찬성해 결국 가결됐다. 당시 다수당은 148명의 한나라당이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47명에 불과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도이치모터스 특검법이라고 부르며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특검은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모욕하고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권력형 비리와 아무 관계 없다”며 “해당 사건은 윤 대통령 취임 10년도 더 전에 일어났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 시기 검찰이 충분히 수사했고, 수사 대상을 모호하게 광범위로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이 통과되고 나서 재의 요구와 관련된 당의 입장을 의원총회를 통해서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한동훈 전 장관과 논의된 바 있나’라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원내 법안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관련된 입장이 있다면 존중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리스크’ 대응에 대한 한 전 장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내대표가 특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과의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입장을 정한 결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도 일제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의 많은 구성원들은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런 특검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말이 안 되는 정치 공세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며 “특검이 용인된다면 전 대통령 배우자나 영부인들 또는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 등등에 대해서 특검을 못할 주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BBS 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도 언급을 했지만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독소조항, 그 부분을 국민들께 잘 말씀드리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며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었거나 또 결혼을 하신 이후에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두 분이 결혼도 하기 전에 2010~2012년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박대출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000특검법’ 법 이름부터 악법”이라며 “특정인 망신주기법이고, 심각한 명예훼손법”이라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수사대상은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사건이다. 수사 대상 1호는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및 가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의 특혜 매입 관련 의혹 사건’, 2호는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이다. 3호는 ‘제1호부터 제2호까지의 의혹 등과 관련돼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이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내년 1월말 특검이 출범해 2월 중순에 수사를 시작한다. 70일(30일 연장 가능) 동안 수사하기 때문에 총선(4월10일)이 지나야 수사가 끝난다. 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팩트체크]김건희 특검법은 악법?…대체로 틀림
     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312250939001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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