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부활, 안전·취향저격·탈속 여행 [2023 결산-관광]
추세로 보아 올해 1150만, 내년 1550만
불안요인 원천봉쇄 ‘실패 없는 여행’ 경향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세계관광기구(UNWTO)는 26일 최신 분석자료를 통해 국제관광이 올 들어 3분기 말인 지난 9월까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 회복되었고, 올해 말 90%에 가까운 회복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지역 관광산업 회복률은 120%로 팬데믹 이전을 초과했고, 세계 최대 목적지인 유럽의 회복률은 94%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대륙별 회복률은 ▷아프리카 92% ▷아메리카 88% ▷아시아-태평양 62%로 나타났다.
소지역별로는, 지중해를 낀 이집트~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105%,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앙아메리카 104%, 남유럽 지중해 지역이 101%로 코로나 이전 상황을 넘어섰다.
UNWTO는 “국제 관광은 국지적 긴장과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24년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궤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UNWTO 세계 통계는 9월치 까지이고, 한국 통계는 10월치 까지 나왔다. 한국관광산업 회복률의 경우, 세계평균 보다는 많이 더디고, 아시아-태평양 평균에는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우리 국민이 여행 가는 나라의 통계치에 반영될 아웃바운드(한국민의 해외여행) 회복률부터 살펴보면, 올해 1~10월 회복률은 75%이고, 10월 한달의 회복률은 무려 95%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2250~2300만명을 기록해 2019년(2871만명) 대비 78~80%의 회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인바운드(한국방문 외래관광객)는 저조하다. 올해 1~10월 회복률은 61%이고, 10월 한달의 회복률은 74%이다.
세계에서 관광 회복이 가장 더딘 대륙,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9월까지 평균 회복률은 62%이고, 한달치를 더한 한국관광의 10월까지 회복률은 61%이다.
한국 관광 회복세는 세계 평균(87%) 보다는 많이 더디고, 아태 평균 보다 약간 더딘 수준이다. 한 달, 한 달 지날수록 회복률이 높아지면서, 올 연말까지 2023년 전체 인바운드는 64~65%의 회복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올들어 10월까지 888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여행 왔는데, 연말까지 1130만~1160만 명 가량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역대 최다는 2019년 1750만명)
최근 추세를 알 수 있는 10월 한달간 한국행 여행자의 국적별 회복률을 살펴보면, 중국 43.9%, 대만-홍콩-마카오 등 중국 아닌 중화권 71.1%, 일본 102.6%, 중동 86.1%, 동남아 6개국 82.3%, 유럽+미주 97.0%이다.
아태지역 외래관광객 유입의 국적별 회복률은 인도인의 한국행이 147.2%로 가장 높았고, 스리랑카 141.5%, 캄보디아 128.9%, 호주 123.2%, 뉴질랜드 111.3%, 몽골 92.4%, 미얀마 88.8%, 필리핀 78.2% 순이었다.
미주발 한국행의 회복률은 미국 114.5%, 캐나다 109.9%, 브라질 113.6%, 멕시코 91.2%였고, 유럽에서 한국으로 여행온 나라의 경우, 프랑스 116.7%, 독일 106.2%, 네덜란드 119.4%, 폴란드 137.2%, 스위스 107.4%, 루마니아 130.6%, 스페인 118.5%, 이탈리아 99.2%, 영국 83.9%의 회복률을 보였다.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슬로마비아, 덴마크, 벨기에, 라트비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헨티나, 페루 사람들도 코로나 전보다 더 많이 한국에 온다.
일본, 중동, 유럽, 미주 관광객의 방한 회복세가 코로나 이전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것은 다변화 정책에 자신감을 더해주어 고무적이지만, 인원수 비중이 높은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회복세는 한한령 해제에도 불구하고 더딘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바운드 회복률이 아웃바운드 보다 낮은 것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관광 시스템 복원이 미흡하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자기 나라 관광객을 한국에 보내는 외국여행사의 한국 측 파트너, 즉 인바운드 랜딩여행사의 부활이 시급하다. 중소-영세기업들이어서 상당수가 코로나를 견디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부활의 3대 조건 즉, ▷중국의 한국행 냉담 기류 해소,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부활, ▷동남아 발 여행객에 대한 전자비자 등 입국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인촌 장관의 ‘2024년 2000만명 유치’ 약속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추세를 근거로 2024년을 예상해보면, 2분기말~3분기초 무렵, 월 단위 외래객 회복률 100%를 찍고, 이후 2019년 하반기 대비 강보합세를 보이면서, 1550만명 안팎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위 15위 이내 여행사는 안타깝게도 모두 아웃바운드 전문이다. 아웃바운드 역시 국가 총생산에 일부 기여하지만, 여행자 1인당 기여도에서 인바운드 외국인 여행자의 한국내 소비에 의한 것 보다 크지 않다.
국내 여행업계 리딩기업들의 최근 3분기 실적을 보면, 빅5 상장사들이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무너진 중소·영세 인바운드 업체와는 달리, 이들 아웃바운드 기업들은 덩치가 있으니 관성으로 버티고 강한 복원력으로 끝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93명을 충원한 하나투어는 3분기 매출 1267억원, 영업이익 132억원, 직원수가 조금 줄어든 모두투어는 매출 538억원, 영업이익 29억원, 128명을 충원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참좋은여행은 매출 201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이었다.
흑자전환에는 여행패키지의 진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개별여행은 자유롭지만 불안하고, 패키지는 많이 구경할 수 있도록 빡빡하게 짜지만 안전하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패키지가 강세를 보이고, 소규모 출발 프리미엄 테마여행과 노쇼핑-노옵션 패키지가 인기를 끌며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실적 회복을 견인했다.
하나투어 하이엔드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 하나팩 2.0, 모두투어의 모두시그니처, 컨셉투어 등 프리미어 상품군은 출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완판행진을 거듭했다.
패키지는 안전성을 바탕으로 자유여행의 장점을 가미하면서 변신했다. 모두투어는 올해 하반기 패키지 매출의 비중이 95%까지 올라갔는데, 개별여행 속성 즉 항공과 숙박을 에어텔 등 세미패키지로 흡수했고, 에어텔과 기존 패키지의 장점을 동선별로 결합한 하이드브리 상품도 개발했다.
가이드가 모든 것을 캐어해주고, 불안전한 요인을 제거해주는 패키지의 본질적인 안전성을 기반으로, 코로나 와중에도 소비자와의 소통을 지속한 참좋은여행은 여행업체 처음으로 패키지 분야 회복률 1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2019년에는 패키지 예약 비중이 전체의 60~70%를 차지했으나, 2023년에는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조일상 팀장은 “패키지의 끊임없는 개선이 이뤄지는 가운데, 여행 중 기분 나쁠 요인을 아예 차단해버린 하이엔드 여행상품 혹은 노쇼핑-노옵션 패키지가 인기를 끌면서 올해 ‘실패 없는 여행’ 트렌드가 형성됐고, 사진 출사, 미술, 역사, 위스키-와인-맥주 인문학, 트레킹 여행 등 2040세대 주도의 ‘취향공동체 여행’ 경향도 보였으며, 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텔스컴바인은 올해 여행 동향을 정리하면서 근거리, 단기, 혼행(1인여행)의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은 일본, 베트남, 태국, 필리핀, 미국 순으로 관심이 많았고, 여행기간은 1일 이상 3일 이하 단기 여행 검색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숏케이션’이 두드러졌으며, 항공권 검색 중 ‘1인’으로 설정한 경우가 25% 증가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속세탈출, 원포인트 목적 여행 경향도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국내 여행소비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2%가 숨겨진 관광지 찾기를 희망한다고 답했으며, 숨겨진 여행지 선호도(중복응답)는 숲-산(69.8%), 바다-해안지역(60.8%), 도심의 숨은 명소(55.4%), 지방 소도시(54.0%) 순으로 높았다.
단일의 여행 콘텐츠(미술관-박물관, 빵지순례 등 먹거리, 쉼 혹은 멍, 특정 액티비티 등)에 집중하는 원포인트 여행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55.4%에 달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설문조사를 토대로 ▷휴식과 비움 ▷원포인트 여행 ▷미개척지 탐구 ▷여행 테크놀러지 ▷강아지,노약자도 동행하는 여행 등의 트렌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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