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기념일 배척하는 중국…"12월 24일은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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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관영 매체가 12월 24일이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로 기억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의 대표적인 관변 언론인으로 알려진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24일은 핑안예이자 장진호 전투 승리 기념일이지만 이 두가지 기념일을 대립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없다"며 "무슨 일이든 정상적인 논리를 따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향해선 안된다는 것은 오늘날 중국인 인터넷 여론이 가져야 할 집단적 이성"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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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들 '주입식 애국주의' 피로감 호소…"대립 관점서 봐선 안돼"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주요 관영 매체가 12월 24일이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로 기억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중국이 온라인 선전 등을 통해 서양의 기념일인 크리스마스 등을 의도적으로 배척하면서 애국주의 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중국 현지 언론과 SNS 등을 종합하면 지난 24일 베이징TV가 운영하는 공식 SNS채널인 '베이징시간'에는 "12월 24일은 '핑안예(平安夜·평안한 밤,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이라며 "그들의 피와 생명으로 신중국에 평안한 밤을 나게 했다"고 밝혔다.
중국 온라인 상에는 24일을 전후로 장진호 전투를 기억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관영 인민일보 온라인 판인 인민망 SNS에는 최근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한 간쑤 지역에서 육군 제76여단의 한 군인이 재난 지역의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12월 24일은 장진호 승리의 날'이라는 내용의 교육을 하는 장면을 게시하기도 했다. 충칭의 한 중학교에서는 한 선생님이 "우리에게 평안을 가져다 준 사람은 산타클로스가 아닌 인민의 병사들"이라고 소개하는 영상도 확산되고 있다.
다수의 SNS 계정에는 영화 장진호의 일부 장면을 인용해 12월 24일은 핑안예가 아닌 장진호 전투 73주년이라는 사진과 게시글이 올라왔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는 지난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함경남도 장진호 부군에서 벌어졌다. 중국은 당시 전쟁에서 중공군이 약 미군 2만4000명을 포함해 약 3만6000명을 섬멸했다고 주장하며 승리의 전쟁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SNS을 통해 확산되는 일부 영상에서는 지난 4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장진호 전투에 대해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중국이 6·25 전쟁을 부르는 명칭)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언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부 SNS에는 택시 상단의 LED 광고판에 "오늘은 핑안예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이라고 쓰여진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거나,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하는 게시글에 "오늘은 장진호 승리의 날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댓글로 해당 게시글을 비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을 과도하게 선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이를 비난하는 분위기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는 대다수 시민들은 이 날이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인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지난 24일 베이징 대표적인 번화가인 산리툰 등지에는 연말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한 시민은 "장진호 전투에 대한 언급이 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 장진호 전투 영화가 개봉됐을 때 이후인 것 같다"며 "일부 SNS 친구들이 펑요취안(위챗 타임라인)에 '핑안예는 전투 승리의 날'이라는 글을 올리면 오히려 즐겁게 이 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의 대표적인 관변 언론인으로 알려진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24일은 핑안예이자 장진호 전투 승리 기념일이지만 이 두가지 기념일을 대립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없다"며 "무슨 일이든 정상적인 논리를 따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향해선 안된다는 것은 오늘날 중국인 인터넷 여론이 가져야 할 집단적 이성"이라고 지적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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