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담당 英 내무의 부적절한 농담 "아내 술잔에 매일 약 탄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부 장관이 자기 아내의 술잔에 이른바 '데이트 성폭행 약물'을 넣는다는 농담을 했다가 사퇴 압박까지 받게 됐다.

영국 매체 선데이미러의 24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클레벌리 장관은 지난 17일 밤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 정치부 기자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클레벌리 장관은 일부 여성 참석자에게 "매일 밤 아내의 술잔에 소량의 로히프놀을 넣는데 아주 조금만 넣는다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 결혼 생활의 비결로 "아내가 더 나은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항상 약하게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클레벌리 장관이 언급한 약물은 로히프놀이라는 수면 유도제로 대표적인 데이트 성폭행 약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클레벌리 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날 내무부는 연말 파티 시즌을 앞두고 남의 술잔이나 음료에 약을 타는 범죄인 스파이킹'(Spiking)이 급증할 수 있다며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클레벌리 장관은 대응 조치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스파이킹은 심각한 범죄이며 자신이 피해가 됐다고 의심되면 지금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여성과 소녀들이 두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내무부 장관으로서 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통상 총리 관저 리셉션에서 오가는 대화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이지만 선데이미러는 클레벌리 장관의 지위와 발언의 부적절함을 고려해 관례를 깼다고 그의 발언을 보도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클레벌리 장관 측 대변인은 "사적인 대화가 오가던 자리에서 장관이 스파이킹을 언급한 건 명백히 아이러니한 농담이었다. 사과드린다"고 유감을 표했다.

노동당 예비 내각의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스파이킹은 젊은 여성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범죄로, 정부가 스파이킹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 날 내무장관이 이런 끔찍한 농담을 했다는 건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포셋 소사이어티'라는 이름의 여성 단체도 성명을 통해 "여성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이 약물 투여 같은 끔찍한 일을 농담거리로 생각하는 게 끔찍하다"면서 장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YTN 곽현수 (abroad@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