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국이 세계 최고” 피터 드러커의 진단, 지금 기업가정신은 [매경포럼]
K기업가정신이 든든한 토대
미래세대 전수는 국가의 몫
과도한 반기업 정서 걷어내야
지난 12월 14일과 15일, 진주 K-기업가정신재단과 매일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진주 성지순례’와 ‘K-기업가정신 청년포럼’은 특별했다.
청년 참가자들은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GS 허만정, 효성 조홍제 창업주의 생가를 둘러보며 학습 열의를 불태웠다. 이들의 열망에 삼성 LG GS 효성이 제대로 부응했다. 4개 그룹 사장급 인사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 각사 기업가정신의 요체를 선뜻 공유했다.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한 마디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빛의 속도로 기술 진보가 이뤄지는 세상이다. 기존의 성공방정식만 믿고 안주하다가는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 노키아가 대표적 사례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무한경쟁 속에서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한국경제를 지탱할 해법이다.
기업가정신의 권위자인 하워드 스티븐슨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 상황 자체가 위기라고 규정했다. 기술혁신의 지휘자이자 위험감수의 책임자인 기업가가 많이 탄생할수록 그 나라에 미래가 있다.
하지만 그의 찬사는 1996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등 기라성 같은 기업가들의 성취가 경제 기적의 토대가 됐다.
지금의 한국은 여전히 1등일까. 기업의 어깨를 짓누르는 상속세와 법인세, 강성 노조와 엄격한 노동법, 기업가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 인식 탓에 기업가정신과 경제적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게 오늘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재벌에 더 이상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며 견제하는 이들의 논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사업을 접고 싶다는 사람이 속출할 만큼 한국의 기업 규제와 법 집행은 너무 엄격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이후 7년째 사법리스크에 빠져 있다. 최근 3년여 간 100번 가까운 법정 출석으로 인해 황금알 같은 비즈니스 기회를 놓쳤음은 안봐도 뻔한 일이다. 기업가정신이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한국을 선진 경제강국의 반열에 올린 일류 기업에게 이 사회와 정부가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일류 기업이 탄생하길 바란다면 도둑 심보와 다름없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추구하는 자세, 이런 인물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정부와 지식인들의 책무다.
지폐 속 인물로 한국을 빛낸 기업인을 등장시킬 때도 됐다. 일본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새 1만엔권에 사업가이자 메이지시대 관료였던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를 넣기로 했다.
정규 교육과정에도 K기업가정신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청소년을 위한 기업가정신 교과서를 만들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교과 내용을 다듬고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미래 세대의 창업과 도전정신을 배양할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K기업가정신의 부활, 그게 우리의 생존 공식이다.
황인혁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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