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 최후의 장면, 솔직히 안 찍고 싶었다”[SS인터뷰]

함상범 2023. 12. 26. 09: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한민 감독.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한 인물을 소재로 10년에 걸쳐 영화 세 편을 제작했다. 한국 영화사에 특별한 한 줄을 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다.

지난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는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몰이를 시작했다. ‘명량’이 1700만,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이 700만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은 스케일이 더 커지고 감정도 더 짙어졌다. 앞선 두 작품에 뒤떨어지지 않는 흥행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홀로 전인미답의 길을 걸은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의 양상을 바꾼 세 해전마다 특색이 달랐기 때문에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명량’이 용장 이순신을 앞세워 단 12척만으로 위기의 조선을 구해낸 명량 대첩을 그렸고, ‘한산’은 지장 이순신을 통해 한산도 대첩의 압승을 그렸다. ‘노량’에선 목숨 걸고 일본군을 모두 처단하려 했던 현장 이순신으로 사투를 그려낸다.

김한민 감독.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14년엔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최근에는 팬데믹이 있었다. 촬영을 못 할 뻔도 했고, 개봉을 못 할 뻔도 했다. 이렇게 완결할 수 있었던 건 그야말로 천행이다. 감개무량 하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순신은 왜 그토록 집요했을까, 결론은 ‘완전한 항복’”

한 영화감독이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년에서 5년이다. 그 이상 길어지면 해당 소재에 질려버린다. 최대한 빨리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김한민 감독은 무려 10년을 이순신만 파헤쳤다. “힘들 땐 난중일기를 본다”는 말이 꼭 농담처럼만 들리지 않는다.

“불굴의 의지로 이순신 장군을 파헤친 건 아니에요. 3부작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0년이 흘렀어요. 각각 해전마다 의미와 특색이 있었기 때문에 만든 거죠. 노량해전이 조금 더 특별했던 건 이순신 장군의 치열함과 집요함이 담긴 전투였기 때문이에요. 다들 끝났다고 하는 마당에 그렇게 험한 전투를 치르려고 했는가가 중요했죠. ‘완전한 항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결론으로 ‘노량’을 이야기하면 장군님께 누가 되지 않을 거라 판단했어요.”

김한민 감독.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독특하게도 이순신은 영화마다 바뀐다. ‘명량’은 최민식이 ‘한산’은 박해일, ‘노량’에선 김윤석이 나선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순신에 왜 김윤석이어야 했을까. 답은 아우라에 있었다.

“‘명량’ 이순신은 용장, ‘한산’은 지장, ‘노량’은 현장이에요. ‘명량’에서는 용맹함이 필요했고, ‘한산’에서는 치밀한 지략과 전략 전술로 수세에서 공세로 바꾼 젊은 지휘관이 필요했죠. ‘노량’은 가장 지혜로우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이 전쟁을 어떻게 종결할지 유일하게 고민한 아우라 있는 이순신이 필요했어요. 아우라는 김윤석이 최고라 생각했죠.”

◇“액션 말고 정치외교사적 임진왜란 담고 싶다”

‘명량’과 ‘한산’을 본 관객이라면 ‘노량’을 피할 수 없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알려진 이순신의 대사는 이미 역사를 공부하면서 수 없이 들은 장면이다. 누구나 알고, 누구나 기대하는 이순신의 죽음은 김한민 감독을 옥죈 가장 큰 숙제였다.

“솔직히 그 장면 안 찍고 싶었어요. 아는 장면인데 괜히 새롭지도 않을 것 같고, 잘못 찍으면 욕만 먹을 것 같았어요. 결국 찍어야겠다고 판단 한 건, 제가 ‘노량’을 찍어야 하는 의미를 설명하는 대사였기 때문이에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승리를 염원하는 장군님의 마음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한민 감독.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후반부엔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우 오랜 시간이다. 심지어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북소리는 계속 울려 퍼진다. 전쟁에서 북은 일종의 응원가다. 계속 전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에 이순신 장군이 서 있었으면 했어요. 그러려면 롱테이크가 필요했어요. 사운드 설계가 안일했는지, 박진감이 없었어요. 후반 작업하면서 당황한 건 처음이었어요. 수많은 시도와 도전 끝에 이렇게 영화가 탄생했어요.”

김한민 감독은 다시 임진왜란으로 간다.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를 구상할 계획이다. 제목은 ‘7년 전쟁’이다. 이번엔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겠다는 의도다. 주인공은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한음 이덕형 선생이다.

“‘7년 전쟁’이란 제목의 8부작 드라마를 만들려고 해요. 임진왜란에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임진왜란 7년사를 들여다봤을 때 액션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 외교사적 입장으로 다뤄보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주인공은 한음 이덕형 선생이 될 거예요. 조선 역사상 최연소로 대제학을 지낸 인물이고 명나라에 지원군을 요청하고 들여오는 데도 큰 공을 세운 인물이죠. 광해가 쫓겨나고 인조반정이 일어나면서 자신도 정치에서 물러나는 그런 인물이에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