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관 많으면 산업도 특별해질까" CGV와 프리미엄의 덫 [질문+]
CGV가 던진 프리미엄화의 덫
아이맥스 · 4D 등 특별관 확대
OTT에 밀린 영화관의 새 전략
매출과 수익성 두 토끼 전략
영화관 문턱 높이는 부작용
다양성 중요한 영화 발전 저해
영화관 업계가 '아이맥스' '4D' 등 특별관을 확대하고 있다. OTT에 밀려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가 가파르게 줄자 프리미엄 전략을 꾀하는 셈이다. 그 선봉엔 업계 1위 CGV가 있다. CGV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특별관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CGV의 프리미엄화가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진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3'은 천만고지를 넘어섰다.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 역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쯤 되면 영화관도 대박이 난 셈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곳을 훈훈하게 덮어줄 봄은 아직도 저 멀리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한 지 1년 8개월이나 흘렀지만 영화관 산업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영화관 누적 매출액은 1조971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매출액(1조6412억원)의 66.8%에 머물렀다. 누적 관객 수 역시 1억844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54.7%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비싸진 관람료 탓에 영화관의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1만2000원이었던 멀티플렉스의 주말 일반 시간대 평균 영화 관람료는 1만5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화 한편 가격이 OTT 한달 요금보다 비싸다 보니 "(개봉 후) 몇달 기다렸다 OTT로 보겠다"는 소비자도 부쩍 늘어났다.
■ 영화관에 불어온 찬바람 = 이 때문인지 영화관 업계엔 '인적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시장점유율 2위(이하 점포 수 기준)인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는 12월 초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시네마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2년여 만이다.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메가박스(메가박스중앙) 역시 희망퇴직을 실시할 거란 풍문에 휩싸여 있다.
영화관 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건데, 이유는 실적이다.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모두 올해 3분기에도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롯데시네마는 올해 3분기(이하 누적 기준) 매출액 3930억원, 영업적자 60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메가박스는 매출액 2093억원, 영업적자 111억원을 냈다.
영화관 빅3 중 시장에서 살아남은 건 업계 1위 CGV(CJ CGV)뿐이다. CGV는 지난 2분기 3년 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028억원, 영업이익은 322억원을 기록했다.
■특별관이 가른 실적 = CGV와 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희비를 갈라놓은 건 '특별관'이다. CGV는 단가가 높아 수익성에 도움을 주는 'IMAX·스크린X·4DX' 등 특별관을 확대해 왔는데, 이게 알찬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CGV는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은 특별관을 운영하고 있다.
'화면·사운드·4D'로 차별화한 특별관 수는 CGV 108개(이하 2022년 기준), 롯데시네마 27개, 메가박스 14개 등이다. 그 결과, CGV의 특별관 매출은 전체의 31%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참고: 평일 기준 아이맥스·스크린X·4DX관 관람료는 1만9000원으로 '일반 2D 영화관' 관람료(1만4000원)보다 35.7% 비싸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OTT에 밀린 영화관으로선 객단가를 높이는 게 과제가 됐다"면서 "영화 관련 굿즈나 푸드 판매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세를 몰아 CGV는 특별관을 더 확대하고 있다. 지난 15일 CGV 영등포에 아이맥스관을 개관한 데 이어 12월 안엔 CGV 대전터미널·천안펜타포트·평택에도 아이맥스관을 선보인다. 올해 말까지 4DX스크린 2개관, 4DX 1개관, 스크린X 1개관 등 총 8개 특별관을 새로 열어젖힐 계획이다.
CGV 관계자는 "관람객에게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스크린·사운드 등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스포츠·콘서트 등 콘텐츠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GV의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를 내자 롯데시네마·메가박스도 뒤따르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20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 4D 특화관 'SUPER | MX4D관'을 개관했다. 내년 1월엔 롯데시네마 수원에도 SUPER | MX4D관을 도입한다. 메가박스 역시 부진한 점포를 구조조정하고, 복합쇼핑몰 등에 대형 영화관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돌비시네마 등 특별관을 만든 메가박스 수원AK점이 대표적이다.
■ 특별관의 덫 = 문제는 CGV가 이끄는 프리미엄화가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관람료가 비싼 특별관이 많아질수록 가뜩이나 높아진 영화관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노철환 인하대(연극영화학) 교수는 "특별관의 확대는 영화 관람의 질을 높여줄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영화표는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줘 되레 영화관에서 발길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영화 관람료가 비싸질수록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진다. 영화가 조금만 기대에 못 미쳐도 '비싸고 재미없는 영화관'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공고해질 수 있다. 결국 소비자는 재미가 보장된 영화만 영화관에서 관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와 실패하는 영화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영화 산업의 발전을 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영화관이 '볼만한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상영해야 영화 산업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CGV의 신호탄을 쏴올린 영화관 프리미엄 전략은 과연 소비자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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