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합] "아들의 자부심→복덩이 딸 버디까지"…이병헌, '명품 배우'의 원동력(청룡영화상)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더이상 '한국의 디카프리오'가 아니다. 눈알을 갈아 끼운 듯한 광기의 열연으로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배우 이병헌(53)이 청룡영화상으로 올해 유종의 미를 거두며 '명품 배우'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이병헌은 지난 11월 24일 개최된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제작)로 연기 인생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 아파트 주민대표 영탁 역을 맡은 이병헌은 투철한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황궁 아파트의 주민 대표로 선출돼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주민의 안위를 지키는 리더십을 발휘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본성에 숨겨진 이기심과 섬뜩한 광기를 내보인 인간 군상을 표현해 호평받았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 이병헌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이병헌이 곧 장르다'라는 평을 받으며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눈알을 갈아 끼웠다'라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함께 출연한 박보영이 나를 두고 했던 말인데 덕분에 인상적인 호평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보통 배우들은 다양한 눈알을 여러 개 가지며 순간순간 갈아 끼우지 않나? 나도 여러 눈알 중 하나를 선택했던 것 같다. 이제 다른 눈알을 보여줘야 하는데 앞으로도 관객이 만족할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는 "매 순간 감정을 쥐어짜 '난 최선을 다했어'라며 여한 없이 털어내는 편이다. 그런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작품이 끝나고 나서 스태프, 감독, 후배들에게 '덕분에 좋은 공부가 됐다' '함께 해서 좋은 경험이었다'라는 칭찬을 많이 들어 나 역시 어안이 벙벙했던 것 같다. 유독 칭찬을 많이 들었던 작품이었는데 한편으로는 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정말 좀 잘했고 그 최선이 빛을 봤구나 싶기도 한다"고 곱씹었다.
그는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겐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관객에게 외면받는 영화를 했더라도 일단 내가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임했다면 나는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면 관객도 분명 그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실제로 스코어로는 흔히 실패작이라고 말한 작품도 몇 있지만 나중에 다시 재평가받는 작품도 있다. 따지고 보면 2021년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도 개봉 당시 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얻으면서 최근까지도 관객이 사랑하는 고전 영화로 남게 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무려 384만명의 관객이 지지를 보내줬는데 이후에도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 자부한다"고 밝혔다.
7년 만에 두 번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가게 된 이병헌의 소회도 남다르다. 앞서 이병헌은 2001년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으로 '중독'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무려 6번의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그때마다 치열한 경합을 펼쳤지만 아쉽게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7번째 도전이었던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내부자들'로 데뷔 25년 만에 첫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다시 7년 만인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의 디카프리오' 수식어를 완벽히 지워버렸다.
이병헌은 "다른 영화상이나 시상식에서도 종종 상을 받았다. 매해 받을 때도 있었고 나름 열심히 연기한 보상을 섭섭지 않게 받은 것 같은데 청룡영화상은 참 더디게 인정을 해주는구나 싶었다. 좀 지독한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만만치 않은 상이라는 생각에 모든 영화인이 받고 싶어 하고 또 긴장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은 물꼬를 튼다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도 첫 번째 수상까지 25년이 걸렸고 다시 두 번째 수상까지 7년이 걸렸다. 상도 너무 기쁘고 감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올해 내가 얼마나 작품을 했고 얼마나 관객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는지, 또 스스로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성취감을 느꼈는지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할 작품이다. 상을 받고 안 받고는 다음 문제인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두 번째 남우주연상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이병헌은 "수상 소감으로도 이야기했지만 청룡영화상에서 인정받고 상을 받는다는 건 배우들, 영화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그런 가장 큰 상을 두 번이나 받은 것은 내가 배우로 살면서 열심히 노력했고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의미를 새겼다.
더불어 "특히 올해는 MC 김혜수가 30회 청룡영화상을 끝으로 작별하는 무대였지 않나? 그녀가 진행하는 마지막 청룡영화상에 수상을 해서 기뻤다. 김혜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굉장히 해주고 싶었는데 그걸 할 수 있게 됐다. 과거 김혜수의 MC 자리를 노리고 나 역시 남자 MC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는데 청룡영화상을 진행하는 일이 결고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알았다. 그해 된통 당하고 멘탈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런 어려운 자리를 30회 이끈 김혜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청룡영화상 두 번째 남우주연상 수상을 누구보다 기뻐한 가족들의 반응도 전했다. 아내이자 배우 이민정은 집에서 8세 아들 준후와 함께 청룡영화상을 시청하며 수상을 간절하게 기원했다는 후문이다.
이병헌은 "아들 준후가 만 8세인데 그날은 특별히 엄마(이민정)와 함께 청룡영화상을 집에서 같이 시청하고 있었다. 처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가 2015년, 아들이 딱 한 살 때쯤이었는데 그때 수상은 너무 어려 직접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아들이 청룡영화상을 어느 정도 인지 한 상태로 시상식을 기다렸다. 아내가 남우주연상 수상을 발표하기 전부터 아빠의 수상을 바라는 아들의 반응이 귀여워 영상을 찍어 보여줬다. 내 이름이 호명되자 아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방방 뛰더라. 소파가 꺼지도록 뛰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상을 받은 그 순간보다 더 뿌듯하기도 했다. 아마 누가 보면 올림픽, 월드컵 금메달이라도 받은 줄 알았을 것이다. 아빠로서 소박하지만 꽤 큰 기쁨이었다. 수상 당일 전화로 아들이 '아빠 축하해!'라는 말을 해줬는데 뭉클했다"고 아들 바보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21일 태어난 둘째 딸 버디(태명)에 대한 특별한 소회도 전했다. 이병헌은 "여러모로 딸 버디가 복덩이가 된 것 같다.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를 해준다. 선물처럼 버디가 올해 찾아왔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흥행에 성공했다. 게다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까지 경사가 겹쳤다. 아들은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궁금해하고 있다. 자꾸 보여달라고 하더라.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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