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연장근로 주 단위 계산' 대법 판결에 "시대흐름 역행" 반발

심언기 기자 2023. 12. 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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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시간 초과시 1주 12시간 한도 연장 가능' 첫 대법 판례 파장
"尹정부 노동시간 개악에 빌미…노동시간 단축 법제화 논의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민주노총은 1주간 연장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주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노동자 건강권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물꼬를 터줬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대안입법 마련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25일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9월부터 3년간 근무하다 2016년 11월 숨진 직원 B씨에게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B씨에게 2014년 48회, 2015년 46회, 2016년 36회 등 총 130회(130주)에 걸쳐 1주간 12시간 한도를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2014년 34회, 2015년 43회, 2016년 32회 등 총 109회(109주)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이 연장근로시간 계산을 잘못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당사자간 합의가 있으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연장이 가능하다. 1·2심은 1주 근로시간 중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합산했을 때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최초로 내놨다. 1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1일 연장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로 향후 관련 노사 분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대법 판결에 26일 논평을 내고 "현행 근로기준법이 주당 연장근로 상한선만 명시하고 하루 연장 근로시간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은 입법 공백을 틈타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판결을 내놓았다"며 "근로기준법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과도한 해석과 판결이다. 또한 교대제 근무의 특성과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단이면 일주일의 총노동 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이틀 연속 하루 최장 21.5시간을 몰아서 일을 시키는 것도, 하루 15시간씩 삼 일을 몰아서 일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제조, 경비, 병원, 게임, IT 등의 현장에 '크런치 모드', '압축', '압박' 노동의 지옥이 합법적으로 열리고 심해진다. 즉, 노동자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위험에 노출되는 가능성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후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의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벌써 이번 판결을 근거로 경제지를 포함한 수구언론과 사용자단체의 노동시간 개악 요구가 드세다"며 "결과적으로 사법부 최고심이 명문에만 집중하고 현실을 무시한 판단을 함으로써 노동자 건강권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물꼬를 터줬다"고 힐난했다.

민주노총은 "법의 미비에서 비롯된 현실과의 괴리, 법의 취지를 살려 '일일 13시간 연장 노동의 상한' 마련과 함께 '11시간 연속 휴식제' 도입을 촉구한다"며 "나아가 차제에 여전히 OECD 3위의 장시간 노동 국가에서 탈피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삶이 보장되는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시작하자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전날 "연장근로수당을 고려한 판결이 아니며, 가산임금 지급의무가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판결을 이유로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면서 "국회는 연장근로에 대한 현장의 혼란을 막고,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입법보완에 지금 즉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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