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등장과 미북관계…관심끄는 '트럼프-김정은 친서'
최소 28차례 친서 교환…트럼프, 직접 담판 선호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싫어하지만, 나를 좋아한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아이오와주 동부 시더래피즈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한 말이다.
그는 나아가 "알다시피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미국 국민은 북한에 대한 어떤 위협도 느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을 빗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집권 시절 초기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북한의 핵보다 더 강하다"는 강성 발언으로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2018년 전격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며 한때 미북 관계의 정상화와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고조됐지만,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로 미북 관계는 경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관계는 한때 '브로맨스'로 유명했다. 특히 2018년 4월부터 2019년 중반까지 두 사람은 수시로 친서를 교환했다. 최소한 28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친서에서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려 눈길을 끌었다.
그 내용을 분석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담판을 한 의도와 전략을 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서를 보내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사항인 미군 유해 송환과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 등의 협의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을 특사로 평양에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폼페이오 전 장관을 통해 전달된 친서는 "친애하는 위원장님"으로 시작되며 "당신과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우애를 강조했다.
이에 김정은은 2018년 7월 6일자 친서에서 "미북 간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저와 대통령 각하의 강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접근법은 분명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며 특사 파견을 환영했다.
워싱턴 정가를 지배하는 미국 주류세력과 결이 다른 트럼프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속셈이 느껴진다. 이를 미북 관계의 '새로운 미래'로 표현했다. 담판 방식도 즉흥적인 트럼프의 기질을 활용해 가급적 직거래 방식을 활용했다.
김정은이 얻으려 했던 것은 당시 북한 체제를 강하게 압박했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와 대북 제재의 해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은은 2018년 9월 6일 친서에서는 "미국이 단계적 방식으로 보다 실질적인 조치와 행동들을 취한다면, 전 세계적 주목 대상인 비핵화 문제에 중대한 진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김정은은 당시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성가시게 여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2018년 9월 21일자 친서에서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대통령 문재인이 함께 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년 11월5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과 북한 관계는 다시 크게 요동칠 것인가.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특별한 관계를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북한과의 직접 거래를 통한 협상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희망하는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이벤트가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되더라도 첫 임기 때 보여줬던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재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실린 글에서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이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부활시킬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트럼프는 정치적 유연성을 가치 있게 여기고 당장의 전술적인 정치적 우위를 가져다주는 행동을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 과거처럼 트럼프와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오히려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일방적인 협상 결렬의 수모를 겪은 김 위원장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트럼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요구를 할 경우 미북 관계는 트럼프 1기 집권 초기처럼 긴장과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당시 두 사람은 '노망난 늙은이'(dotard)와 '로켓맨'(rocket man) 등의 말폭탄을 서로 주고받았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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