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의 역사와 오늘 ‘한지문화산업센터’
전국 19개 전통 한지 공방 소개, 기획전부터 한지문화상품까지 선보여
한지의 우수성은 최근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7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우리 전통 한지를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채택했다. 이듬해에는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에서 자국 문화재 복원에 한지가 적합한 재료임을 인증했다.
이처럼 한지의 매력에 세계가 빠져들고 있지만, 국내에서 한지에 대한 열기는 그만큼 뜨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서울 북촌에 위치한 ‘한지문화산업센터’에서는 대중에게 전통 한지의 특장점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지 예술교류 워크숍’은 한지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전통 한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지의 다양한 활용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본 행사는 사진 전공 학부생과 관련 예술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행사 양일간 총 3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에서는 한지장 및 한지 예술가의 작업이 소개됐으며, 참가자들의 체험 활동이 진행됐다. 먼저, 한지 공방 ‘장지방’의 장성우 한지장(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이 한지의 재료와 종류, 제조과정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장성우 한지장은 “닥종이는 조상의 슬기이며, 한지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좋은 종이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품고, 쉬운 길을 찾는 습성이 몸에 배지 않도록 늘 마음가짐을 경계해야 한다”라며 한지를 뜨는 자세에 대해 강조했다. 한지장 강연이 끝난 후에는 참석자들이 한지를 겹치고 구겨 천과 같이 강하게 만드는 ‘줌치’ 기법을 실습했다.
워크숍 참가자는 “사진을 전공하며 일반 인쇄지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작업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번 한지문화산업센터의 워크숍 덕분에 한지의 우수성과 활용도를 직접 체험해 보고 작업에 응용해 볼 수 있어 도움 되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우리 전통문화유산인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지의 쓰임을 확대하여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런 북촌에 터를 잡은 한지문화산업센터는 담백하고 정갈하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지의 매력을 공간 전체에서 보여준다. 정갈한 외관과 따뜻한 느낌의 원목 가구들, 편안한 조명이 전통 한지와 어우러져 센터를 찾은 이로 하여금 조금 더 머물고 싶게 만든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뉜 공간은 각각의 역할이 있다. 넓은 통창이 눈길을 끄는 1층은 ‘한지 전시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 19개 전통 한지공방의 한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달마다 새롭게 열리는 한지를 주제로 한 기획 전시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재미다.
지하 1층은 한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한지 ‘소통공간’이다.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한지에 대한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고, 한지 책갈피, 한지모빌키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센터 1층에는 색색의 한지가 눈길을 끄는 ‘한지 벽장’과 널찍한 ‘한지 탁자’가 있다. 여기에는 전국 19개 전통 한지 공방에서 수집한 370여 종의 한지가 공방과 지종, 용도별로 분류돼 있다. 관람객들은 공예용과 인테리어용, 서화용, 문화재용, 용도로 분류된 한지를 직접 만져보고 비교하며 원하는 쓰임에 적합한 한지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공진원은 한지문화산업센터를 개관하며 인장(스탬프)을 개발했다. 한지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이다. 전국 19개 한지 공방의 인장은 지역 전통 한지와 공방의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시각화하여 친근하게 느껴지게 한다. 한지 인장을 자유롭게 찍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는데, 이를 통해 공방 각각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다.
영상으로도 전국 한지 공방을 접할 수 있다. 공방에서 한지를 제작하는 방식과 모빌, 조명 등 한지를 활용한 상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돼 방문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한지 마루’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전통 한옥의 평상(누마루)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장소다. 이곳에서는 한지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를 소개하거나 전통 한지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 오늘날 한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한지문화산업센터에서는 아름다운 한지의 색과 고유한 질감을 사용해 작업하는 작가, 예술가 등과 협업을 진행해 더욱 다채로운 한지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일 3회에 걸쳐 전문가 해설을 제공함으로써 전시 작품 및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센터 지하 1층에는 한지의 지종과 생산처, 원료 및 제작 기법 등의 생산 정보를 관리하고 수집하는 역할의 ‘한지 자료 저장소’가 있다. 공방별 한지 및 사진 기록물, 한지 공예품과 문화상품 등이 전시돼 있고 서가에는 한지 미리 보기 책과 한지 관련 도서, 연구 발간서 등 각종 자료가 보관돼 있다.
‘한지 자료 저장소’에서는 한지 공방의 대표 지종을 열람할 수 있고 고유 지종 번호 시스템을 통해 한지를 제작한 공방과 한지에 대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보관된 자료집을 통해서는 한지의 색, 질감, 가격정보, 크기, 도침, 고해 방법 등 생산 정보 일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지 연구 공간 옆에는 ‘한지 배움터’가 마련돼 있다. 특별 교육, 토론회, 학술회의, 연구발표 등 한지 관련 행사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한지문화산업센터에서는 해당 지원사업에 참여한 작가들의 한지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지 라벨’, ‘한지 포스터’ 등 한지를 소재로 한 창의적인 상품들이 개발, 판매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지 상품과 더불어 전통 한지 공방에서 만든 우수한 품질의 한지도 구매할 수 있다. 대성한지, 문경전통한지, 신풍한지, 안동한지, 원주한지, 천일한지, 청송전통한지 총 7개 공방이 제작한 30여 종의 한지가 판매되고 있다.
공식 누리집에서는 한지문화산업센터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기획전과 체험활동 등 운영 중인 행사 정보 등이 제공된다. 센터와 전통 한지를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 등 각종 영상도 볼 수 있다.
특히, 센터 내에서 제공 중인 정보는 누리집을 통해서도 동일하게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먼저, ‘한지 지도’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 한지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전국 19개 공방의 위치와 정보를 제공한다. 각 공방의 인장도 한지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진과 간략한 소개 글을 접할 수 있다.
공진원 김태완 전통생활문화본부장은 “한지문화산업센터는 우리 전통 한지를 국내외에 알리는 중심 역할을 하고자 한다”라며 “옛것에 멈춰 있지 않고,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전통 한지의 매력을 본 센터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취재·협조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국내 최강의 ‘닭장 아파트’ 7억에 사실 분 찾습니다…용적률 949% 어떻게 생겼나 보니 - 매일경
- “공항을 ‘airport’로 썼다가 난리”…법원도 ‘위법’ 판결한 佛 - 매일경제
- 중국집에서 탕수육 빙빙 돌아가는 식탁…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 매일경제
- “‘딴따라’에서 매출 1000억 기업가 됐죠”…성공 비결 3가지 뭐길래 - 매일경제
- [단독] 정부, 내년 ‘내일채움공제’ 폐지…또 뒤통수 맞은 청년들 ‘한숨’ - 매일경제
- [단독] ‘부실폭탄’ 부동산PF 터지나…캐피탈 대출잔액만 ‘24조원’ - 매일경제
- 매경이 전하는 세상의 지식 (매-세-지, 12월 26일) - 매일경제
- 새해 무주택자 내집마련 힌트…“2위는 급매물 매입” 1위는? - 매일경제
- 작은 볶음밥집이 ‘월클’ 됐다…미국 휩쓰는 K푸드의 비결은? - 매일경제
- 한국인 UFC 장학생 선발한다…모든 훈련비 무료 [인터뷰①]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