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Universe

서울문화사 2023. 12. 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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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하이에서는 프라다에 의한 시공간의 융합, 그들의 오랜 역사와 아카이브가 다양한 영역과 교차하며 파생되는 신선한 접점을 경험할 수 있는 <프라다스피어 ii> 가 진행되고 있다.
상하이 스타트 뮤지엄 외관
프라다 스타일의 초석을 떠올리도록 녹색 벨벳으로 디자인한 전시장 입구.

Pradasphere II Shanghai

우리가 사랑하는 프라다. 프라다가 ‘무엇’을 한다는 건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의 지적인 행위는 매번 뚜렷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다. 시대를 상징하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사명감,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빈틈없이 견고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여왔다.

2014년 첫 전시 이후 드디어 <프라다스피어 II>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 그 베르니사주에 초대될 당시 가슴 쿵쿵 뛰는 조건반사 반응이 일어난 것도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 지난가을 을지로 코트에서 진행했던 ‘프라다 모드 서울’도 그러했지만, 프라다는 언제나 베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라다스피어> 역시 전시가 진행된 상하이의 스타트 뮤지엄에서 그 서사가 시작된다.

스타트 뮤지엄은 1907년부터 상하이의 바다와 육지를 잇는 교통 허브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난푸역의 역사적인 건물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리노베이션해 2022년 12월 문을 열었다. 투박한 철골 구조물로 이뤄진 좌우 대칭의 완벽한 박공지붕 건물, 기념품 숍으로 꾸며놓은 기차에 ‘프라다 그린’을 덧씌운 모습에선 웨스 앤더슨식 인공적 미학이 느껴졌다. 프라다를 위해 일부러 건물을 지은 것은 아닐지 의심이 갈 만큼 완벽하게 절묘한 외모가 아닌가.

프라다 런웨이 컬렉션 영상을 연속적으로 반복하는 ‘Infinity Runway’.
기차를 개조한 기념품 숍.
기차를 개조한 기념품 숍.
프라다의 두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
전시장의 메인 공간, 라프 시몬스가 선별한 아카이브 컬렉션이 진열되된 마가지노.

Magazzino

이번 전시는 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 라프 시몬스가 선별한 이야기들로 프라다 유니버스를 완성했고, 뉴욕과 베이징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투바이포(2×4)가 공간을 큐레이션했다. 전시 공간은 이탈리아어로 창고를 뜻하는 ‘마가지노’ 형식으로 연출했다. 메인 전시장에 들어서면 좌우로 산업 시설 창고 선반이 길게 이어지는 구조의 좁고 긴 복도가 나타난다. 차갑고 투박한 선반은 완벽하게 부드러운 핑크 실크 벨벳 소재를 더해 비정제와 정제가 공존하는 형태. 선반엔 1990년대 초창기 컬렉션부터 2024 S/S 컬렉션에 이르는 2백여 벌의 프라다 아카이브 컬렉션이 전시되었고, 30년 이상 외부에 노출된 적 없는 룩도 일부 있었다. 모든 룩은 프라다 외부의 광팬에서 내부의 디렉터로서 새로운 변화를 함께하고 있는 라프 시몬스가 선별했다. 이 아카이브 컬렉션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게 나열되어 있었는데, 세월의 이질감이라곤 한 톨도 느껴지지 않았다. 과거의 컬렉션은 오히려 신선했고, 최근의 컬렉션 또한 낯설지 않았다. 프라다의 올곧은 정체성이 마가지노의 긴 복도를 관통하는 장면.
상징적인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20종의 하프 스커트로 재현한 ‘MATERIALITY’.
앨버트 왓슨의 사진과 초기 나일론 백이 전시된 ‘PRADA A MILANO’.
프라다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에 대해 열람할 수 있는 ‘ARCHITECTURE’.
하우스의 상징적인 백을 전시한 ‘VITRINE’.
주요한 신발들의 연대기를 진열한 ‘GREEN STORE’.
리나일론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협업한 영화가 상영되는 ‘RE-NYLON’.
역사적인 첫 매장을 재현한 ‘FRATELLI PRADA’.

Multiverse

메인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복도 양옆으로 다차원의 공간으로 연결되는 듯한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모든 공간엔 저마다 이름과 콘셉트가 존재했다. ‘FRATELLI PRADA’는 마리오, 마르티노 프라다 형제가 밀라노에 문을 연 가죽 판매점이자 첫 번째 프라다 매장인 오리지널 프라텔리 프라다 숍의 한 부분을 그대로 재현했다. ‘PRADA A MILANO’는 사진작가 앨버트 왓슨이 미우치아 프라다의 수집품을 촬영하고 1988년에 출판한 책의 제목. 그 책의 사진들과 함께 초기 나일론 컬렉션의 견본이 전시되었다. ‘GALLERY’는 영국 아티스트 데이미언 허스트와 협업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상징적인 작품인 ‘내추럴 히스토리(Natural History)’ 시리즈 탱크엔 프라다 갤러리아 백이 담겨 있었고, 30여 개의 프라다 아카이브 백과 그것들을 고스란히 3D 프린트로 재현한 캐비닛을 나란히 두기도 했다. ‘GREEN STORE’는 프라다의 상징적인 매장 일부를 재현, 가장 중요한 슈즈들의 연대기를 나열했고, ‘CINEMA’는 리들리 스콧, 웨스 앤더슨 등과 협업한 영상을 상영하는 극장. ‘VITRINE’은 갤러리아, 클레오 등 프라다 하우스의 상징적인 실루엣을 형성한 20가지 주요한 가방들을 전시했고, ‘ARCHITECTURE’에서는 렘 콜하스/OMA, 자크 헤르초크/헤르초크 & 드 뫼롱 등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프라다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에 대해 공개된 적 없는 문서들을 열람할 수 있다. 그 외 ‘LINEA ROSSA’ ‘RE-NYLON’ ‘FONDAZIONE PRADA’ 등 프라다의 다양한 세계가 이어졌다. 그리고 전시 시작부터 끝까지 리치 호틴으로도 알려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라스틱맨이 특별 제작한 사운드스케이프가 아주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함께했다. 전시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새롭게 전달되는 맞춤형 음향은 실제로 시공간을 이동하는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이브팅 파티의 음악을 큐레이션한 클라라3000.
(왼쪽부터) 에밀리 리빙스턴, 제프 골드블럼 부부와 모델 두주안.
파티가 진행된 형산 극장.
디너 파티 현장.
배우 헌터 샤퍼.
(왼쪽부터) 모델 리우웬(Liu Wen), 배우 공리(Gong Li)
(왼쪽부터) 배우 이현(Li Xian), 배우 황가(Huang Jue)
(왼쪽부터) 모델 자오 레이(Zhao Lei), 프라다의 마케팅 총괄이자 기업 사회적 책임자 로렌조 베르텔리(Lorenzo Bertelli)와 라프 시몬스.

Private Dinner & Party

베르니사주에 파티가 빠질 순 없다. 프라이빗하게 진행된 디너와 파티 장소는 1952년 1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상하이의 첫 번째 극장이자, 현재 상하이의 유일한 정원 극장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형산 극장이었다. 뮤지션 클라라3000(Clara3000)의 음악을 배경으로 배우 제프 골드블럼, 공리를 비롯해 프라다 앰배서더인 이현, 헌터 샤퍼, 모델 리우웬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2023년 12월 7일부터 2024년 1월 21일까지 상하이의 스타트 뮤지엄, 쉬후이 구 루닝 로드 111번지에서 무료로 공개된다. 혹시 상하이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경험해보길. 무엇보다 멀지 않은 시기에 한국에서도 <프라다스피어>를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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