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주식 48억 매수, 배우 윤정희를 둘러싼 의혹 2가지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12.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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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당시 주가 시세조종 혐의를 살피던 중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정황을 포착,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활동이 뜸한 배우 윤정희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당시 주가 시세조종 혐의를 살피던 중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정황을 포착,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활동이 뜸한 배우 윤정희의 이름이 등장했다.
2022년 1월 종영한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후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윤정희(44)의 소식이 KBS 뉴스를 통해 들려왔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배임 혐의를 받는 카카오 임원의 아내 여배우 A 씨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2017년 2월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된 제작사 바람픽쳐스(설립 당시 사명은 미디어메이커)를 카카오엠(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합병)이 2020년 7월 200억 원에 인수하도록 주도한 이준호(50)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을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당시 카카오엠이 시세보다 높게 바람픽쳐스를 인수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이유는 바람픽쳐스가 별다른 수익이 없는 제작사였기 때문이다. 바람픽쳐스는 2018년 영업손실 1억 원, 2019년 7억 원, 2020년 22억 원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엠의 영업사업본부장이었던 이준호 부문장에게 바람픽쳐스는 특별했다. 자신의 아내이자 여배우 A, 윤정희가 설립한 제작사였다. 검찰은 이준호 부문장이 아내에게 매각 차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또 다른 피의자인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당시 카카오엠 대표)와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인수 후 바람픽쳐스에 200억 원을 증자해 카카오엠에 총 4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에 윤정희는 남편 이준호 부문장의 배임 혐의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을 예정이나 향후 수사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200억 바람픽쳐스 정말 비쌌나

바람픽쳐스는 윤정희가 설립했으나 인수 당시는 PD 출신의 ‘히트 메이커’로 불린 박호식 대표가 이끌었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2월 설립 당시 자본금 1억 원으로 출범했으며, 적자가 계속돼 재무적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회사였다. 2017년 11월 영화 '기억의 밤’을 내놓은 후 이렇다 할 작품 제작도 없었다. 표면적 수치만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 별로 매력이 없는 회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만은 아니란 의견도 있다. 콘텐츠 제작사 투자 시 인력풀과 보유한 IP 등 미래 이윤 창출 가능성도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사들은 제작한 작품이 있으면 매출이 나오고, 작품이 없으면 매출이 안 나오는 구조다. 당시 매출만 두고 인수가를 논하는 건 업계 생리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 같다"며 "누구와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지 라인업을 살펴보고 M&A를 맺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J EN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2019년 3월 노희경 작가가 소속된 지티스트 지분 100%를 25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티스트의 2017년 매출액은 14억 원에 불과했고 같은 해 93억 원의 당기순손실까지 기록했지만, 스튜디오드래곤은 당시 지티스트의 성장성을 높게 샀다.

그렇다면 바람픽쳐스는 어땠을까. 일단 M&A 시장에 나왔을 당시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쁜 녀석들’ '또 오해영’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히트 메이커 박호식 대표가 이끌고 있었다. 게다가 드라마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를 비롯해 영화 '의형제’ 장민석 작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혜련 작가,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 '하이에나’ 김루리 작가 등과 계약을 맺고 여러 드라마를 기획 및 개발 중이었다. 실제로 2021년 tvN '지리산’과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을, 2022년에는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선보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무인도의 디바’와 디즈니+ '최악의 악’도 바람픽쳐스가 제작한 작품이다.

특히 한창 인수 얘기가 오갈 당시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었던 '지리산’은 장르물의 대가인 김은희 작가와 드라마 '도깨비’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 그리고 전지현이 만난, 제작비 300억 원의 대작으로 2020년 9월 촬영에 들어갔다. 2020년 7월 인수 당시로선 '지리산’이 김은희 작가의 아픈 손가락이 될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또 2020년 하반기에 촬영을 시작한 '킹덤: 아신전’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킹덤’의 프리퀄 에피소드로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작품이었다. 인수 직후 조달된 자금은 '킹덤: 아신전’ 제작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SM 주식 사 모은 '슈퍼개미’?

11월말 KBS 뉴스 보도를 통해 바람픽쳐스와 여배우A로 지칭된 윤정희의 관계가 알려졌다.
바람픽쳐스 인수 건 말고도 윤정희를 둘러싼 찜찜한 정황은 또 있다. 수사가 진행되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하면서 윤정희가 지난 2022년 말 기준 SM 주식 6만7751주를 보유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시세로는 약 48억 원 규모다. 이는 최대 주주였던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와 임원 등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제외하면 개인 투자자 중에선 가장 많은 지분이었다.

물론 주식 투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48억 원이란 금액이 개인 투자자가 한 기업에 투자하기에 큰 금액이긴 하나 그렇다고 못 할 것도 없다. 최근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도 마케팅 플랫폼 개발 회사 와이더플래닛에 각각 100억 원, 20억 원을 투자했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본인 소속사나 친분 있는 엔터사에 투자가 왕왕 있는 편이다.

다만 윤정희는 또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얽혔다. 2021년부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 인수를 타진하고 있었고, 올해 초 하이브가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면서 결국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게 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정희가 SM 주식 6만7751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내용상 특수관계 지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결국 관건은 윤정희가 SM 주식을 언제 매수했고 어떤 시점에 매도했느냐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 자체를 많이 보유 중인 점은 전혀 문제시될 부분이 없다"면서도 "윤정희가 SM 주식을 사고판 시점과 그때 어떤 내부적인 업무 제휴나 경영권 관련 전략이 윤정희에게로 전해졌는지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자거래는 법적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정보를 알고 있는 남편이 아내 이름으로 주식을 매수해도 문제가 된다.

한편 2023년 10월 이준호 부문장이 SM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될 당시 검찰은 윤정희의 SM 주식에 대해 별개로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다. 윤정희가 오래전부터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 SM 지분 전량을 지금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정희의 소속사 써브라임은 "개인의 일이라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수사 중인 내용은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로서의 복귀가 또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005년 SBS '하늘이시여’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한때 주말드라마 퀸으로 인기를 누렸던 윤정희는 그간 공백기가 꽤 길었다. 2014년 '맏이’를 끝으로 2015년 5월 발리에서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리고 2017년 첫째, 2019년에 둘째를 출산했다. 전혀 얼굴을 비치지 않다가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때가 2022년이었으나, 이후 차기작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 #윤정희 #여성동아

사진출처 써브라임 블로그 유튜브 'KBS’ 캡처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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