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12차선 도로 가로지르는 폐철로…관리주체 없이 '방치'

이승연 2023. 12.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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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폐철로가 방치되고 있다.

이 폐철로로 인해 사고를 당한 시민이 제기한 국가배상 신청은 1년째 책임 주체를 찾을 수 없어 공전하고 있다.

각 기관은 도로의 일부인 이 폐철로의 관리 책임을 부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도로로 기능하는 만큼 도로 관리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고, 도로 보수를 담당하는 서부도로관리소 관계자는 "철로 틈새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철도 관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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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에 자전거 바퀴 끼어 낙상 사고도…유관기관, 배상책임 놓고 1년이상 공전
용산구 서빙고로 왕복 12차선 가로지르는 폐철로 [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폐철로가 방치되고 있다.

이 폐철로로 인해 사고를 당한 시민이 제기한 국가배상 신청은 1년째 책임 주체를 찾을 수 없어 공전하고 있다.

2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 20일 자전거를 탄 채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앞을 지나던 김모(35) 씨는 철로에 자전거 바퀴가 끼어 낙상하는 사고를 당했다.

해당 철로는 서빙고로와 동작대로가 연결되는 부근의 왕복 12차선 도로를 관통하고 있다.

철로 양옆에는 아스팔트가 깔렸으나, 열차 바퀴가 자리하는 약 8㎝ 너비의 틈은 채워지지 않았다.

자전거 바퀴가 이 틈에 끼어 무게중심을 잃고 넘어진 김씨는 팔꿈치와 어깨 등을 다쳤다. 병원비만 수백만원이 들었고, 현재도 치료 중이다.

김씨는 '철로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판단해 같은 달 국가배상 신청을 했다.

그는 "선로의 진행 방향과 자전거 및 휠체어 등 바퀴의 진행 방향이 거의 동일해 사고를 당할 개연성이 높은데도 유도선, 표지판 등 안내가 없었다"며 "사고 지점은 한강으로 진입하기 위해 평소 통행량이 많은 구간으로 자전거 및 휠체어 통행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신청을 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김씨의 사건은 모든 유관기관으로부터 '배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부도로관리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국방부 등 기관으로 넘어갔지만 모두 책임이 없다고 했다"며 "사건이 이관됐다는 문자만 1년째 받고 있어 답답한 심경"이라고 했다.

선로의 틈 [독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김씨에 따르면 해당 폐철로는 과거 주한 미8군이 쓰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방부 회신이 있었다. 미군이 용산에서 철수하며 그 관리 책임이 불분명해진 것이다.

지난 2015년 국방부가 해당 철로를 용도 폐지했고 현재는 국유재산 중에서도 일반재산으로 등록돼있는 상태다.

각 기관은 도로의 일부인 이 폐철로의 관리 책임을 부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도로로 기능하는 만큼 도로 관리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고, 도로 보수를 담당하는 서부도로관리소 관계자는 "철로 틈새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철도 관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현재 사용되지 않는 철로이며 일반 재산으로 등록돼 관리 책임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모든 비용을 배상받고자 하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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