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에서 상어로...아프리카 대륙 첫 봅슬레이 메달 도전

정병선 기자 2023. 12. 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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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출신 조나단, 10kg이상 늘리고 강원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출전
평창재단 ‘눈 없는 나라’ 선수 육성 사업 결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 조나던 로리미(17), 소피 고르발(15), 베야 모크라니(15) 등 아프리카의 튀니지 선수 3명이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한다. 이들이 출전하는 종목은 모노봅(1인승)이다.

출발선상에서 질주 준비 중인 조나던 로리미.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 조직위

튀니지 선수들의 출전은 평창군과 2018평창기념재단(이사장 유승민)이 추진한 ‘2023 개발도상국 동계스포츠 선수 육성 사업’의 결실이다. 재단은 눈 없는 나라 청소년 선수를 육성, 이번 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봅슬레이, 스켈레톤, 크로스컨트리 종목을 대상으로 개도국 청소년 선수를 발굴, 육성해왔다.

동계 종목 청소년 선수 육성을 통한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산 확산 및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스포츠 외교력 강화 취지에서였다.

재단은 해당 국가 NOC(국가올림픽위원회)와 동계스포츠 연맹의 선수 추천을 통해 레소토, 튀니지, 콜롬비아, 브라질, 자메이카, 태국 등 6개국에서 15명을 선발했다.

◇개발도상국 동계 스포츠 선수 육성 사업 결실

튀지지 3인방을 포함한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스켈레톤 국가대표 출신인 김준현 전임지도자와 함께 온라인 트레이닝과 훈련 점검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하계 집중 훈련을 했다. 또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 나서는 튀니지 봅슬레이 선수 3인방. 베야 모크라니, 소피 고르발, 조나던 로리미(왼쪽부터).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

지난 10월 노르웨이 릴리함메르에서 열린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Omega Youth Series 7~8차 대회와 지난달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9~10차 대회, 12월 인스부르크 11~12차 대회에 참가하며 최종 점검을 했다.

평창 대회에선 영화 ‘쿨러닝’에 출연했던 실제 감독이자 현재 자메이카 봅슬레이 감독인 패트릭 존 브라운 감독의 특별 지도를 받기도 했다. 1993년 개봉한 ‘쿨러닝’은 1년 내내 여름인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도전기를 그린 영화다. 브라운 감독은 한국 봅슬레이 감독을 역임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드라이빙 실력을 상위권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튀니지 선수들은 IBSF Omega Youth Series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포인트를 쌓아 강원 대회 참가 조건을 갖췄다. 튀니지 선수 중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조나던 로리미이다. 190cm, 88kg의 다부진 체격에다 어릴 때부터 축구와 하키를 해 운동 신경이 뛰어난 그는 우연히 한국의 동계 지원 프로그램을 접하고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조나던, “아프리카 선수로 메달 따고 싶다”

조나던은 “튀니지 최초의 동계 청소년올림픽 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대회에 나서겠다”며 “봅슬레이가 튀니지에 알려지지 않는 스포츠지만 반드시 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IBSF Omega Youth Series릴리함메르 8차 대회 4위, 10차 평창 대회 4위, 12차 인스부르크 대회 5위를 하면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이번 강원 대회를 계기로 2026밀라노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해 메달을 노리겠다”고 했다.

핸드볼 선수 출신 소피 고르발은 “한국에서 봅슬레이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며 “2024강원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2026동계올림픽에 반드시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베야 모크라니도 “이번 대회에 100%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장차 2026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다”고 했다.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소피 고르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

이들은 현재 튀니지로 귀국, 막바지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김준현 전임지도자는 “튀니지 선수들은 한국 음식도 잘 먹고 트랙에도 적응을 잘했다”며 “특히, 남자 봅슬레이 1인승에 출전하는 조나던은 봅슬레이의 성적을 좌우하는 스타트에 강하다”며 “주행만 잘한다면 대회 입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주행은 경력이 좌우하지만 조나단은 평창이 홈 트랙이나 마찬가지여서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또 “조나던은 훈련을 거듭할수록 성장세가 남달랐다”며 “키만 컸지(190cm·77kg) 멸치 같았던 체격이 체중을 100kg 가깝게 늘리면서 근육질로 바뀌어 상어 같은 존재로 거듭났으며, 이번 대회에 최대 기대주다”고 했다.

유승민 이사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IBSF는 재단과 평창군의 동계 스포츠 불모지 국가 선수 발굴 육성 프로그램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 대해 감명받고 있으며, 한국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80여 개국 약 1만 5000여 명의 청소년(만 15~18세)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강원도 평창, 강릉, 횡성, 정선에서 개최된다. 강릉서 열리는 개막식을 제외한 전 경기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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