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누리는 최고의 해방…예측 불가, 상상 이상 '푸에르자 부르타' [리뷰]

김수영 2023. 12. 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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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자 부르타' 리뷰
올해 10주년…관객 참여형 공연 '호평'
예측 불가 전개·상상 이상의 퍼포먼스
스페셜 게스트는 몬엑 셔누·댄서 바다
'푸에르자 부르타' /사진=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곳에는 어떠한 억압도, 규칙도, 시선도 없다. 그저 자유롭게 보고 듣고 뛰어노는 내가 있을 뿐.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이하 '푸에르자 부르타')'이 펼쳐지는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의 온도는 맹렬한 추위에도 끄덕하지 않고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로 끓어올랐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을 뜻한다. 도시의 빌딩 숲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한 이 공연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슬픔, 절망으로부터 승리, 순수한 환희까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을 강렬한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말은 필요 없다. 소통은 오로지 '몸의 언어'로만 이루어진다.

'크레이지 아트 퍼포먼스'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그간 본 적 없는 미친 퍼포먼스의 향연이 70분 내내 이어진다. 모든 경계와 규정을 허무는 게 바로 '푸에르자 부르타'의 매력이다. 공연은 전석 스탠딩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정해진 자리 없이 원하는 곳에서 관람하면 되는데 '멀뚱히 서서 보기만' 할 순 없다. 벽과 천장, 심지어는 무대마저 경계가 없다. 관객들이 서 있는 공간마저 순식간에 무대가 된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로 관객들이 함께 공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막이 오르면 특설무대 중앙에 서게 되는 이들이 바로 관객이다. 천장은 물론 사방팔방에서 배우들이 등장해 다채로운 콘셉트의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어느 곳이 메인 스테이지가 될지 미리 알 수 없다. 하나의 퍼포먼스가 끝날 때마다 두리번거리는 관객들의 반응마저 공연의 일부다. 예측 불가의 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변화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다.

'푸에르자 부르타' /사진=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푸에르자 부르타' /사진=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푸에르자 부르타' /사진=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푸에르자 부르타' /사진=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퍼포먼스는 상상 그 이상이다. 벽에 넘실대는 커튼을 중력을 거슬러 뛰어다니는 '꼬레도라스(Corredoras)'를 시작으로 배우들이 와이어를 타고 공연장 전체를 스윙하며 날아다니는 '보요(Bollo)', 네모난 무대에 설치된 박스와 종이 벽을 찢으며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이는 '무르가(Murga)' 등이 시원하다 못해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준다. 거칠게 불어닥치는 종이 가루 폭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이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하늘에서 내려온 투명 터널 안에서 와이어를 탄 채로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는 '글로바(Globa)', 관객석 위 공중에 설치된 커다란 수조에서 물속을 유영하는 '마일라(Mylar)'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마일라' 퍼포먼스에서 조명을 이용해 깊은 수심을 표현해낼 때는 순간적인 경이로움까지 느껴진다.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양한 몸의 예술이야말로 '푸에르자 부르타'의 매력이다.

배우와 관객 간 소통은 가깝다 못해 친밀하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배우들은 끊임없이 관객들을 향해 인사했고, 물속을 헤엄치면서도 투명 수조를 통해 손을 맞댔다. '무르가'에서는 관객을 무대로 올려 함께 춤을 췄고, 관객 머리 위로 스티로폼 소품이 내리쳐 해방감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푸에르자 부르타'에는 매번 연예인이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그룹 몬스타엑스 셔누가 '꼬레도르(Corredor)'에, 댄서 바다가 '무르가'와 '라그루아(La Grua)' 신을 맡았다.

'푸에르자 부르타' /사진=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꼬레도르'는 런닝 머신 위에서 사람들 사이나 종이상자로 쌓인 벽을 뚫고 숨 막힐 듯 달려가는 '푸에르자 부르타'의 시그니처 신이다. 아이돌계 대표 건강돌로 꼽히는 셔누는 약 10분간 6km를 내달리는 다이내믹한 이 퍼포먼스를 완벽한 힘과 표현력으로 완성해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2(스우파2)'를 통해 실력을 입증했던 바다는 '무르가'와 14m의 크레인을 활용해 공중에서 달리는 '라그루아'까지 역동적인 모습이 강조된 신에 등장한다.

두 사람 모두 출연 회차가 추가돼 바다는 29, 31일 저녁 공연, 셔누는 내년 1월 5, 7, 12, 14, 19일 저녁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푸에르자 부르타'는 2005년 세계 초연 이후 전 세계 36개국, 63개의 도시에서 약 6000여회 공연했다. 총 관람객은 누적 650만명으로 이 중 한국 관객은 18만 명이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공연은 내년 2월 15일까지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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