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술씨름 본다, 2024년 씨름에 경량급 ‘소백급’ 도입
2024년부터 민속씨름에 소백급이 도입된다. 기존에 백두(105.1kg 이상), 한라(90.1~105kg), 금강(80.1~90kg), 태백급(80kg 이하)급으로 구성된 민속씨름에 소백급이 추가돼 5개 체급으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1월 ‘K-씨름 진흥 방안’을 발표하면 최근 침체기를 겪어 온 씨름을 K-스포츠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씨름 부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경량급 ‘소백급’ 신설도 포함됐다.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 강화되면서 등한시됐던 기술씨름 부활을 위한 발걸음이다.
현재로서는 6월 단오대회부터 소백급이 신설될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보통 한 체급에서 시즌 상금으로 7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입 첫 시즌인 만큼 3억5000만원 정도 예산으로 국회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선수풀도 적어 일단 큰 대회 중심으로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소백급의 체급 기준 역시 아직 확정되기 전이다. 다만 씨름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활발하게 오가는 가운데 72kg 이하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019년 1월부터 개정된 남자부 일반 체급은 경장·소장·청장·용장·용사·역사·장사까지 7개 체급으로 구성되는데, 초·중·고·대학(일반)의 가장 낮은 경장급은 각각 40kg, 60kg, 70kg, 75kg 이하로 기준이 잡혀 있다. 경량급 선수들의 활발한 민속씨름 진출을 위해 현재로서는 고교생과 대학생의 중간 지점인 72kg 이하로 소백급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았던 씨름은 압도적인 체격이나 힘의 차이로 만들어지는 체급 싸움이 되면서 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아기자기한 기술 겨루기가 사라진 탓이다. 작은 선수도 큰 선수를 이길 수 있다는 씨름만의 짜릿함을 모래판에 다시 끌어와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컸다.
소백급 신설은 부쩍 늘어난 젊어진 씨름팬들, 그리고 여성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변화다. 흥행요소는 충분하다. 소백급이 바로 위 태백급 보다 박진감 넘치고, 예측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현장 의견이 일치한다. 게다가 선수들은 기존의 씨름 선수 이미지를 깬 준수한 외모와 근육질의 체격까지 갖췄다. 울주군청 이대진 감독은 “확실히 더 재미있는 씨름이 될 것이다. 남자들이 보기에도 멋진 슬림하고 군살 없는 선수들의 단단한 근육질 체형도 스타에 목마른 씨름에 경쟁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저변이 약해진 씨름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선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보호막이 생겼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채워진다. 소백급의 신설로 체격이 작은 선수들도 장사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현재 씨름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장급 체중 차이가 20kg나 된다. 씨름이 다른 종목에 비해 유독 이 갭 차이가 큰 데, 그래서 운동능력이 뛰어난 체격이 작은 어린 선수들이 유도, 레슬링 등 타 종목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70kg 이하 선수들이 거의 뽑지 않았던 민속씨름 풍경도 바뀔 수 있다. 일단 각 팀들은 소백급 선수들을 1~2명씩 영입해 새 시즌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인천 부평고 유선 감독은 “태백급으로 민속씨름 진출을 노렸다가 실패했던 경량급 선수들 중에 나한테 훈련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도 있다”고 했다.
소백급 도입은 어찌보면 첫 걸음이다. 영남대학교 허용 감독은 “그동안 고교, 대학 선수가 태백급으로 진출하는게 쉬운게 쉽지 않았다. 중·고·대학의 경장급 선수들에겐 꿈과 희망의 무대가 될 것”이라면서 “원래 새로운 경량 체급에 대한 첫 논의는 소백급 신설이 아니라 체급 개편이었다. 일단 소백급이 도입됐으니, 이후에는 아마추어 체급까지 연계한 체급 개편에 대해 더 연구하고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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