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으로 돌아간 양도세 대주주 기준…연말 증시 영향은?
수급 개선 기대, 지수 상승 호재는 아냐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 뛰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매년 말 나타나는 수급 불안정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연말에는 양도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 투자자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양도세 기준이 완화된 것만으로 국내 증시 훈풍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7년 전으로 회귀한 양도소득세...10억→50억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발표해 양도세 과세대상이 되는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변경했다.
주식 양도세란 주식을 사고팔아 얻은 차익에 대해 물리는 세금이다. 현행법상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은 비과세 대상이지만, 특정 회사의 지분을 일정 기준 이상 갖고 있다면 양도차익의 규모에 따라 22~33%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은 내년 양도분부터 기준이 조정된다. 즉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9일 기준으로 한 종목을 50억원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과세대상이 아니다. 지분율 기준은 동일하다. 코스피 종목의 경우엔 1%, 코스닥 종목은 2%다. 코넥스는 4%의 지분율을 갖고 있을 때 과세 대상이다.
대주주 기준은 2000년대 100억원이었지만 계속해서 강화돼왔다.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코스닥은 20억원), 2018년 15억 2020년 10억원까지 내려왔다. 이번 개정으로 기준이 7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당초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안을 정책집에 포함했지만,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한동안 추진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양도세 대주주 기준이 테이블 위에 올랐지만. 여야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대주주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있다.
연말 물량 던지기 사라질 것...지수 상승은 글쎄?
그러나 정부는 돌연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시장에선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연말에는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이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던지는 패턴을 보여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개인투자자 수급을 살펴봤을 때,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2월마다 순매도 경향을 나타냈다. 특히 양도세율이 최대 25%로 늘어나고 대주주 기준 강화를 앞둔 2017년에는 개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3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전년(1조4000억원) 대비 2배를 넘는다. 코스닥 시장에선 1조4670억원어치의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는데, 이는 직전년(1430억원) 대비 10배 넘는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으로 낮아진다고 예고된 2019년 12월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조8000억원, 9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2018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제 수급은 대체로 12월 마지막 5거래일 이내에 출회되는 수준이 높았으며, 매도 후 연초에 개인 수급은 동일 수준을 매수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급은 대중의 심리를 반영한다"며 "부자 감세 등의 비판 속에서도 동 개정은 어쨌든 시장의 억눌린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기제로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나 개인 매수세를 타고 급등한 종목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보유 비중이 높고 올해 주가가 많이 오른 2차전지, 반도체 테마에서 매도물량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며 "이제 대주주 기준이 올라가면서 세금 회피를 위한 물량이 나올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소는 아니더라도 떠받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수 상승으로 온기가 퍼질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2월부터 회피물량이 나오는 건 사실이나, 연초에 다시 사들이게 된다"며 "연말 출회 물량은 적겠지만 주가 움직임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작년에 직계존비속 합산 과세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번에 종목 보유 금액을 올리면서 연말 매물 출회량이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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