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밤 도시의 벽 밝히는 거대 미디어아트의 빛놀이

노형석 2023. 12. 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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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과 만난 예술의 힘은 현란하게 내뿜는 빛줄기들이었다.

은빛 벽체 위에서 바다 속 열대어 무리와 싱그러운 녹색 숲, 시원한 폭포를 담은 빛의 이미지들이 솟아올라 영하 10도를 밑도는 밤의 대기를 가로지르며 휘리릭 흘러갔다.

이날 디디피에서는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관련 미디어아트 작품이 외벽에 상영되면서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이어서 자정이 되면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해가 뜬다'는 컨셉트로 인공 햇빛을 내뿜는 '자정의 태양'을 연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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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저녁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외벽 전면에서 처음 펼쳐진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쇼 ‘서울라이트 DDP’의 핵심 영상인 ‘디지털 아틀란티스’의 실연 장면. 31일까지 매일 오후 6~9시 사이 매 시간 정각부터 10분동안 상영된다. 바다속과 삼림, 암벽, 폭포 등 대자연의 장관과 디지털 문명의 도시 풍경을 스펙터클하게 담아냈다.

첨단기술과 만난 예술의 힘은 현란하게 내뿜는 빛줄기들이었다.

은빛 벽체 위에서 바다 속 열대어 무리와 싱그러운 녹색 숲, 시원한 폭포를 담은 빛의 이미지들이 솟아올라 영하 10도를 밑도는 밤의 대기를 가로지르며 휘리릭 흘러갔다. 뒤이어 전자회로 기판 같은 격자 윤곽들이 현란한 빛을 내뿜으면서 우뚝 일어서더니 현대 도시의 마천루 빌딩으로 변모한다. 마천루 빌딩은 다시 숫자와 컴퓨터 화면의 상으로, 다시 대자연의 이미지로 바뀌면서 퍼져나갔다. 디지털 언어와 이미지가 지배하는 지금의 도시문명과 바다·땅의 대자연이 공존하는 감각이 공중에 흩뿌려진 빛의 군무를 통해 눈아귀에 들어왔다.

혹한이 서울에 휘몰아친 지난 21일 저녁 건축거장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우주선 모양으로 설계해 지은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은빛 외벽 전면에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쇼 ‘서울라이트 디디피(DDP)’가 대중 앞에 처음 펼쳐졌다. 특정한 형태 없이 100% 곡선의 형태를 지닌 디디피의 유동하는 건축물 표면을 스크린 삼아 미디어아트 영상을 투사하는 이 작품의 스크린 길이만 222m에 달한다. 특히 컴퓨터그래픽 등의 첨단 시각효과를 만드는 제작사 자이언트스텝이 만든 신작 ‘디지털 아틀란티스’는 바다속과 삼림, 암벽, 폭포 등 대자연의 장관과 디지털 문명의 도시 풍경을 스펙터클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빛의 흐름으로 녹여넣어 관객의 눈길이 쏠렸다. 바로 이어지는 성탄절 그래픽 영상 ‘크리스마스에는 쿠키를’은 인기 게임 ‘쿠키런: 킹덤’의 주요 캐릭터와 산타의 순록썰매 행렬 등이 결합된 모션 그래픽 작품. 캐릭터 이미지나 배경 색감 등이 따듯하고 정감이 넘쳤다. ‘디지털아틀란티스’는 31일까지 매일 저녁 6~9시 매시간 정각부터 10분 동안 상영되며, ‘쿠키런’은 매일 저녁 6시30분~9시30분 매시간 30분부터 5분간 영상이 이어진다.

‘2023 서울 라이트 광화문’ 포스터.

두 작품을 포함해 올해 연말 서울에서는 전례 없이 풍성한 미디어아트의 성찬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지난가을 100여년 만에 복원된 경복궁 광화문 월대를 중심으로 광화문과 양옆 담장까지 800m 길이의 유적 표면을 미디어아트의 화폭으로 삼은 ‘서울 라이트 광화문’도 지난 15일 개막해 내년 1월21일까지 펼쳐진다. 조선시대 한양의 풍경을 담은 진경산수화 등 전통을 재해석한 여러 작가들의 개성적인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중이다. 광화문 인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케이컬처스크린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외벽 미디어갤러리에서는 디지털 추상회화, 인공지능(AI) 음악과 역사적 위인의 영상이 어우러진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광화문광장 육조마당 서쪽에 세운 길이 14m, 높이 4m의 대형 엘이디(LED) 전광판에서는 시장주의 예술에 저항하는 다다이즘 성향 아티스트들이 ‘다다의 빛’을 주제로 내건 미디어영상도 볼 수 있다. 앞서 19~25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의 전광판 거리에서는 홍나겸, 조영각 등 여러 작가들의 대형 미디어쇼인 ‘2023 서울미디어아트위크(SMAW)’가 처음 펼쳐져 미술계의 화제를 모았다.

최고의 눈대목은 31일 제야의 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디디피에서는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관련 미디어아트 작품이 외벽에 상영되면서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이어서 자정이 되면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해가 뜬다’는 컨셉트로 인공 햇빛을 내뿜는 ‘자정의 태양’을 연출하게 된다. 이밖에 서울 광화문 새문안로변 갤러리 강화에서는 대도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런던 등 다른 도시와 비교하며 재해석한 색다른 미디어아트 전시회인 ‘2024 딜라이트 서울’(내년 4월30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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