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항, 'airport'로 썼다 뭇매…법원도 "불어로 표기"

'공항'을 영어 단어인 'airport'로 표기한 프랑스의 한 지방 공항이 현행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끝에 "프랑스어로 '공항' 표기를 바꾸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동북부 메스의 법원인 이곳에 있는 로렌 공항에 'airport'를 프랑스어 단어인 'aeroport'로 변경하라고 최근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로렌 공항이 정부의 공식 문서나 광고, 상업 계약 등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 이른바 '투봉법'(loi Toubon)을 어겼다고 판결했습니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는 1994년 공식 문서 등에 프랑스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자크 투봉의 이름을 따 투봉법으로 통합니다.

이번 소송은 8년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방의 작은 공항인 로렌 공항은 그해 '공항' 표기를 영어식으로 바꿨습니다.

영어식 표기가 좀 더 익숙한 데다 유행을 따른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공항의 결정은 곧바로 프랑스어 '수호자'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프랑스어 미래 협회'는 공항 측이 투봉법을 어겼다며 영어식 표기를 폐기해달라고 요청했고 공항 측이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영어식 표기를 쓰라는 게 법의 취지"라고 맞서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소송에서 이긴 협회 측은 "향후 다른 소송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협회가 제기한 '프랑스어 지키기' 소송은 약 20건에 달합니다.

로렌 공항의 이브 루베 대표이사는 "당시엔 좀 더 항공 산업에 맞는 상업적인 이름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며 "협회 활동가들의 요청에 따라 영어식 '공항' 표기를 산업재산청(특허청) 등록에서 삭제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프랑스어 미래 협회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