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통결산 上] IPO철회·의무휴업·챗GPT·탕후루

임현지 기자 2023. 12. 26. 0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IPO 줄줄이 '철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챗GPT' 시대…AI 마케팅 활발
MZ먹거리, 탕후루·약과 열풍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2023년 유통업계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다소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기업공개(IPO) 예정이었던 이커머스 업체들은 위축된 투자심리와 악화된 시장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철회를 선언,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전까진 당분간 상장을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도 감지된다. 10년 넘게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던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일요일이 아닌 평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챗GPT'의 등장으로 AI(인공지능)을 마케팅과 상품기획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부쩍 늘었다.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약과와 탕후루, 먹태깡, 아사히 생맥주캔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오아시스마켓

◆ 얼어붙은 투자심리에…연기된 IPO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해부터 'IPO혹한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등이 잇따라 공모를 취소했고 CJ올리브영도 상장 작업을 중단한 가운데, 올해 초에는 컬리와 오아시스 등 국내 유명 새벽배송 플랫폼들도 잇따라 IPO를 철회했다.

컬리는 지난해 8월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상장 초읽기에 나섰지만 올해 1월 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금 보유 상황은 안정적이나,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나홀로 상장'을 강행했던 오아시스 역시 IPO 문턱에서 돌연 마음을 바꿨다. 희망 공모밴드가는 3만500원~3만9500원이었으나,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이를 밑도는 결과를 얻으면서다. 오아시스 역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4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마트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을 배제한 의무휴업 일방적 평일 변경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카트를 끌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 마트 의무휴업 평일 추진…노동자는 '반대'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쉬는 마트 의무휴업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시행된 의무휴업이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온라인 시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대형마트 내 입점한 소상공인에 대한 역차별이자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의무휴업일은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쳐 평일로 전환할 수 있으나 대다수가 공휴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2월 대구시가 처음으로 의무휴업을 매주 둘째, 넷째 주 월요일로 전환했다. 이후 충북 청주시가 수요일로 의무휴업을 전환했으며, 내년 1월부터는 서초구가 서울 25구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등은 노동자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요일에 쉴 수 있는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와의 합의 없이 지자체가 마음대로 평일로 전환하고 있다"며 "행정권력을 이용한 힘없는 노동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GS리테일

◆ "AI로 만들었어요"…챗GPT 열풍

올해는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 등의 등장으로 전 산업에 AI 열풍이 불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상품 마케팅과 홍보 수단으로 AI가 적극 활용됐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광고를 공개했다. 산리오의 유명 캐릭터 '쿠로미'와 '마이멜로디'가 주인공인 동화를 챗GPT에 의뢰한 후 제작된 스토리 라인을 바탕으로 광고를 만든 것이다.

GS25도 AI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실제 챗GPT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만든 유튜브 쇼츠(짧은 영상) '편GPT-편쪽이'를 론칭했다. 5월에는 AI 서비스 '아숙업'에게 하이볼 레시피를 물어보고, 그의 대답을 활용한 '아숙업 레몬 스파클 하이볼'을 출시했다. '심플리쿡떠먹는타코', '제철열무샐러드' 등의 패키지 디자인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했다.

SPC삼립의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도 챗GPT를 활용한 샐러드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최근 샐러드 트렌드가 반영된 레시피를 알려줘', 'MZ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토핑을 알려줘' 등의 질문에 챗GPT가 추천한 토핑을 활용, '퀴노아 바비큐치킨', '쿠스쿠스 쉬림프', '오트 메추리알' 등 3종을 실제로 편의점에서 판매했다.

ⓒ연합뉴스

◆ 먹거리 트렌드 이끄는 MZ세대

올해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약과', '개성주악' 등의 전통 간식이 MZ세대 신(新) 디저트로 떠올랐다. 유명 약과를 구입하려면 인기 공연 티켓팅처럼 치열하다는 의미의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편의점 CU가 출시한 '브라우니 약과 쿠키'는 지난 6월 출시 3일만에 초도물량 10만개를 완판하기도 했다.

과일에 설탕물을 묻혀 굳힌 '탕후루'의 인기도 대단했다. 가장 유명한 탕후루 프랜차이즈인 '왕가 탕후루'의 매장수는 지난 2020년 16개에서 올해 10월 기준 420여개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 왕가탕후루 대표가 증인으로 소환돼 청소년들의 당 섭취에 대한 질타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농심이 출시한 '먹태깡'과 롯데아사히주류의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도 올해 완판 상품이다. 농심 '깡시리즈'의 새 얼굴인 먹태깡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5개월만인 이달, 누적 판매량 1000만봉을 넘어서며 제2의 '허니버터칩'으로 떠올랐다. 아사히 맥주도 통조림처럼 뚜껑 전체가 열리는 특징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며 품귀 현상을 보였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