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의과대학 신설에 목숨 걸겠다" 포항시장의 호소, 왜
정심교 기자 2023. 12. 26. 08:00
[인터뷰] 이강덕 포항시장
'바이오헬스 산업을 키워 나라에 보답하겠다'며 머리띠를 두른 도시가 있다. 다름 아닌 경상북도 포항시다. 표어로 '바이오보국(Bio報國)'을 내걸었는데, 왠지 익숙하다. 1968년 4월 당시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창립이념으로 내건 '제철보국(製鐵報國; 철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하겠다)'에서 따온 말이라서다. 그간 포스코를 주축으로 철강산업을 키워온 포항시가 바이오헬스산업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포항시가 개최한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찾는 포항 미래발전포럼' 현장에서 이강덕(61) 포항시장은 "포항시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목숨을 내걸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포스텍에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까지 언급했다. 포항시가 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는 걸까.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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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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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는 그간 철강산업에 주력해왔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산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이차 전지, 수소 산업은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이대로만 계속 확장하면 향후 몇십 년은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포항시를 비롯한 경북 지역엔 그 밖의 먹거리가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포항시의 명문대인 포스텍·한동대의 우수한 연구력을 바탕으로 포항이 바이오헬스산업에 목숨 걸어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2014년 포항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바이오헬스 관련 연구·개발(R&D) 시설 등 기반을 확장했다. 경북도의회 등에서는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나는 확신했다. 포항시는 앞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의 길로 걸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게 먹거리를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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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포스텍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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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엔 대학병원이 한 군데도 없다. 대학병원이 있어야 임상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병원과 바이오헬스 기업이 공동 연구할 수 있다. 포항뿐 아니라 경북 전체에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그간 포스텍에 의과대학을 만들어달라고 중앙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의 의대 정원부터 늘린 후 의대가 없는 대학에 의대를 새로 만드는 일은 그다음 단계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의대가 없는 지방은 의대 증원이 딴 세상 얘기다. 정부가 지방의 의대 신설을 인가해줘야 지방이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다. 포항시가 바이오헬스산업을 키우려면 포스텍 내 의과대학부터 만들어야 한다. 4년제든 8년제든 10년제든 상관없다. 이미 포스텍엔 우수한 과학인력이 있다. 포스텍 의대를 만들면 전국에서 우수한 의대 신입생이 몰릴 것이다. 포스텍의 우수한 과학 연구력을 바탕으로 의사과학자도 양성할 수 있다. 그들이 졸업하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에 버금가는 대학병원을 만들 수 있고, 임상 연구를 통해 희귀질환도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텍을 활용한 연구 중심 의대를 설립하면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고, 포항시가 바이오보국 실현의 최적지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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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포항이 바이오헬스 산업 기지로 적합한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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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엔 포스텍이라는 연구 중심의 공대가 있다. 공대와 함께 바이오산업을 연구할 수 있는 생명공학연구소, 2·3세대 방사광 가속기 등 바이오헬스산업 관련 연구개발(R&D) 시설이 포항에 많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 12월 최초로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25억eV의 3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준공돼 세계에서 5번째로 첨단 방사광 가속기를 갖게 됐다. 또 2016년 9월엔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포항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준공됐다.) 다른 어느 도시보다 바이오헬스산업을 일으킬 기반 시설이 잘 구축돼 있다. 여기에 포스코 등 대기업이 바이오헬스산업에 투자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이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이 분야의 충분히 강자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포스텍 의대 설립을 인가해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고, 포항은 바이오헬스산업의 대표 기지로 발돋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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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걸림돌이나 아쉬운 점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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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10년째 포항시장을 맡아오면서 바이오헬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각종 연구 시설과 기관을 만들었다. 포스텍의 인력과 연결하면 다른 어느 도시보다 훌륭한 바이오헬스 산업 도시가 될 것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을 키우려면 수많은 자금과 기간·희생을 투입해야 한다. 수백조 원을 들여서라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포항시의 대표 기업인 포스코의 미래 포트폴리오에 농업바이오는 포함됐는데 바이오헬스산업이 빠져있다. 희생과 투자 없이 이뤄지는 게 뭐가 있겠는가. 포스코는 바이오헬스산업 투자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옛날에 삼성이 반도체에 뛰어들 때를 돌이켜보자. 한국보다 기술력이 훨씬 앞선 일본이 있었지만 삼성은 반도체에 올인했고, 오늘날 세계적 반도체를 만들어 우리나라를 이만큼 부강하게 만들었잖나. 포스코 회장과 임원진을 만날 때마다 포스코도 바이오헬스산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업이 단기 성과만 내려 한다면 국가적 죄악이다. '국민의 기업'(포스코)은 바이오헬스산업에 목숨 걸어야 한다. 대구·경북에 먹거리가 별로 없다. 미래 먹거리에 도전하지 않는 자는 그 과실에 접근할 기회도 자격도 없다. 포스코뿐 아니라 포항시청·포항시의회·경북도의회·경북도청도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에 목숨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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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이오헬스 기업 유치 시 혜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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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에 입주한 바이오헬스 기업은 포스텍과 같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바이오헬스 관련 스타트업 등 기업이 포항에 들어오면 이곳 체인지업 그라운드(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포스코에서 운영하는 공간)에 입주할 때 우선권을 주려 한다. 이런 스타트업 공간을 몇 곳 더 만들 것이다. 현재 포항시 내 경제자유구역과 산업단지를 만들고 있으므로 기업이 투자하면 이들 지역에 우선권을 주려고 한다. 모양새냐는 도시를 만들 것이다. 글로벌 주요 산업 전망에서도 바이오헬스산업은 기존의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을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은 1경9722조원(2026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의 막대한 자본이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헬스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 산업은 미래 100년, 200년간을 책임질 먹거리다. 우리는 절실하다. 포항시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도시가 되도록 정부와 대학·기업 등이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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